▲ 김주관 변호사(활인법률사무소)

대상판결 : 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5다217287 판결

1. 들어가며

지난달 14일 대법원에서 기존 통상임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해 조금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판결을 선고했다. 2013년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2012다89399 사건)을 통해 노동자의 사후적 통상임금 청구에 대해 경영 위험을 초래할 경우 신의칙에 반해 추가적인 임금 청구는 부당하다는 판결을 선고한 바 있었다. 그런데 이 판결에서 의미하는 경영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여부 및 신의칙에 위반한다는 기준이 어느 정도인지 여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어서 혼란을 초래한 바 있었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 판결선고를 통해 조금 더 구체적 기준이 정립됐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판결의 요지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간단한 평석을 하기로 한다.

2. 판결의 요지 

단체협약 등 노사합의 내용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해 무효인 경우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 이를 배척한다면 강행규정으로 정한 입법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주장은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음이 원칙이다. 그러나 노사합의 내용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한다고 그 노사합의의 무효 주장에 대해 예외 없이 신의칙 적용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본 신의칙을 적용하기 위한 일반적인 요건을 갖춤은 물론,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에도 불구하고 신의칙을 우선 적용하는 것을 수긍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그 노사합의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배돼 허용될 수 없다.

노사합의에서 정기상여금은 그 자체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기준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고, 이를 전제로 임금수준을 정한 경우 근로자측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가산하고 이를 토대로 추가적인 법정수당 지급을 구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관념에 비춰 신의칙에 현저히 반할 수 있다(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만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강행규정보다 신의칙을 우선해 적용할 것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해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시키고자 하는 근로기준법 등의 입법취지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업을 경영하는 주체는 사용자이고, 기업의 경영상황은 기업 내·외부의 여러 경제적·사회적 사정에 따라서 수시로 변할 수 있으므로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중대한 경영상 위험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로 배척한다면 기업경영에 따른 위험을 사실상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사용자에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해 신의칙에 위반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

3. 대법원 판결에 대한 비판적 검토

위 대법원 판결을 몇 가지 항목으로 나눠 검토해 보고자 한다.

첫째, 통상임금과 관련해 추가적인 법정수당 청구에 대해 신의칙법리를 도입한 것은 2013년 위 항목에서 언급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서였다. 강행규정성을 가지고 있는 근로기준법 영역에 신의칙의 법리가 도입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면이 있었으나, 기업측면에서 과도한 재정적 부담을 사후적으로 가지게 돼 기업도산의 위험이 초래된다면 결과적으로 노동자에게도 피해가 올 수 있다는 사회정책적 측면이 대법원 판사들의 논리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둘째,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전체적인 취지가 기업경영 측면에 우위를 두고 노동자의 법정수당 청구를 하위에 두는 방향으로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하급심에서 여러 혼란이 있었으나 대체로는 노동자의 추가적 법정수당 청구를 부정하는 방향으로 판결이 이뤄졌던 것으로 보인다.

셋째, 그런데 이번 시영운수 사건 대법원 판결을 통해 노동자측의 법정수당 청구를 조금 더 확장하는 취지의 결정이 이뤄진 것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도 노동자의 법정수당 청구는 근로기준법령에 의해 보장된 구체적 권리라는 점에서 이를 신의칙에 의해 부정하려면 사용자측에서 적극적으로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본다. 사용자측에서 이러한 구체적인 입증 노력 없이 쉽사리 경영상 위험성을 판사에게 인정받으려는 것은 노동법의 기본적 법리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고, 이번 대법원 판결을 통해서 확인됐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시영운수 대법원 판결을 통해 노동자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해당성에 따른 추가적인 법정수당 청구는 법원으로부터 인용될 여지가 높아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만 사용자측에서 적극적으로 중대한 경영상 위험 초래 상태를 입증한다면 법원도 사용자측 손을 들어줄 여지는 여전히 존재한다. 향후에도 "신의칙에 위반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의 결론적 문구가 암시하듯이 하급심 법원에서 이러한 추상적 기준을 구체적 사건에 적용함에 있어서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어찌 됐든 이번 대법원 판결은 통상임금 관련 신의칙법리에 있어서 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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