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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딘 업무상질병 판정, 눈물짓는 재해노동자 ④] 신속한 산재 처리를 위한 제안최진수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입법목적은 업무상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는 것이다. 업무상질병 판정 과정에서 공정성과 일관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신속성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업계 전문가들은 업무상질병 처리가 더디다고 비판한다. 60일 이내에 마무리하라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가 1천일 동안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직업환경의학전문의와 공인노무사들이 신속한 판정이 필요한 이유와 개선방안을 보내왔다. 4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 최진수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지금 산업재해를 신청하면 얼마나 걸릴까요?”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안타깝지만 필자도 모른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에서는 신청일로부터 7일 이내에 산재 승인 여부를 알려 주도록 하고 있지만 그 7일에는 보험가입자(사업주)에게 의견을 받는 기간, 근로복지공단 직원이 조사하는 기간, 특진을 하는 경우 특진 소요기간, 서류보완에 걸리는 기간, 역학조사 기간,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에 걸리는 기간 등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3년이 다 돼 가도록 산재보상신청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명색이 산재보상인데 이건 아니다 싶다. 어느 곳을 뚫어야 이렇게 막힌 과정이 조금은 해소될까. 필자는 근로복지공단의 조사인력 문제와 질병판정위 사건 배분구조를 지적하고 싶다.

우선 공단의 조사인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산재 처리가 더뎌 공단 담당자에게 문의하면 가장 자주 듣는 답변이 ‘조사 중’이라는 것이다. 공단 담당자로서는 가장 간편한 답변이기도 하지만 실상을 보더라도 사건이 밀려 있어 처리할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공단의 조사 담당자 1인당 처리 사건이 합리적으로 설계될 수 있도록 인력을 충원할 필요가 있다. 공단 조사인력을 늘려야 신속한 조사와 함께 깊은 조사까지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재와 마찬가지로 신속한 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노동위원회를 보자. 노동위원회 사건은 대부분 대심(對審)구조를 취하고 있어서 조사관은 각 당사자가 제출하는 주장과 자료를 취합하고 정리하는 것이 주된 업무다. 이에 반해 산재 조사는 재해자가 제출하는 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조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부담이 더 크다. 이 점을 고려하면 조사인력 1인당 처리 사건은 적어도 노동위원회 조사관의 경우보다는 적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경우 연간 약 3천800건(2018년 12월 기준)의 사건을 처리하는데, 이를 담당하는 조사관 숫자는 60여명이다. 근로복지공단의 경우 조사 직원 1인당 처리 사건 통계는 확인된 바 없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기준 노동위원회의 전체 사건은 약 1만6천건이지만 같은 기간 전체 산재보상신청은 약 14만건이다. 산재보상신청이 노동위원회 신청의 10배에 이르는 것을 보면 공단의 조사인력 현황이 어떨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근로복지공단이 부담하는 일자리안정자금업무 담당 직원 850명의 인건비로 600억원을 편성했다. 근로복지공단이 일자리안정자금업무를 왜 해야 하는지는 굳이 지적하고 싶지 않지만 그것이 승인됐다면 공단 본연의 임무를 위한 조사인력 확대 비용도 당연히 승인돼야 하지 않을까. 최소한 기재부가 공단의 조사인력 확대를 위한 예산 승인을 막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특정 지역 질병판정위에 사건이 편중돼 정체되는 현상을 지적하고 싶다. 업무상질병은 서울·부산·대구·경인·광주·대전 6곳 질병판정위에서 심의하는데, 2017년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 심의 건수는 약 2천700건으로 다른 지역 질병판정위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대구업무상질병판정위의 3배에 이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울질병판정위의 심의 소요기간은 평균 40일로, 다른 질병판정위에 비해 2배 이상 길다. 이는 현재 서울질병판정위가 강원지역 업무상질병까지 함께 심의하고 있는 것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강원지역 심의건 배분에 대한 고민과 함께 심의건 편중을 해소할 다른 방법들을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산재노동자에게 신속한 보상은 필수다. 특히 공단의 조사인력 확충 문제는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길 바란다. 일자리안정자금 담당 인력을 대거 채용하면 일자리가 얼마나 안정을 찾을지 의문이지만 공단 조사인력을 충원하면 신속한 보상에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최진수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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