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공공부문 임금체계 개편의 올바른 방향 모색’ 토론회에서 채준호 전북대 교수(경영학)가 발제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공공부문 노조들이 기획재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임금체계 개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동계는 성과연봉제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노정 갈등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당사자들과 충분히 대화해 개편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한다.

정성호·김정우·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공공노련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공공부문 임금체계 개편의 올바른 방향 모색'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가 토론회를 주관했다.

정부는 공공기관별 유형에 따라 직무급·역할급·직능급을 적용하는 형태로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연공급 중심의 보수체계를 손보겠다는 목적에서다. 공공노련 관계자는 "6월께 정부 개편안이 발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공공부문 노조들이 공동대응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무급제 임금삭감 없어야 사회적 합의 가능"

토론회 첫 발제를 맡은 채준호 전북대 교수(경영학)는 "직무중심 임금제도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원칙에 부합한다는 측면에서 검토 가능한 대안"이라면서도 "개편 과정에서 생애 총액임금의 삭감이 없음을 명확히 해야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임금체계를 손보는 방법으로 정규직의 고용부담을 완화해 고용을 늘리겠다는 시도를 해서는 안 된다"며 "기관 내부와 기관별로 임금격차를 해소하고 노조와 긴밀한 협의를 거쳐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재규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정부와 노조가 참여하는 노정 협의기구 또는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논의해 공정성과 수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며 "적용 대상을 신규 입사자부터 적용하는 등 점진적·단계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 "직무급제, 공공기관 공공성 약화 우려"

직무급제가 공공기관의 공공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하창원 한국수자원공사노조 위원장은 토론에서 "공공기관 노동자 임금이 직무의 경제적 가치만 기준으로 결정되면 공공기관 역시 사회적 가치가 아니라 경제적 가치로 평가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하 위원장은 "연공급·성과급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직무급 도입 필요성이 일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직무급 결정기준에 '직무가 사회적 가치에 기여하는 정도'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양석 공공노련 정책실장은 "직무급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려면 직무급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정부·노조·공공기관 종사자·연구자 간 인식 차이를 좁히는 논의부터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향우 기재부 공공정책총괄과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임금체계 개편은 임금삭감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고, 경영평가에 반영하거나 기관장을 압박하면서 강제로 추진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사회적 공론화 과정은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 전문가그룹 중심의 논의와 이해관계자와의 협상·논의를 병행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정동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김홍섭 고용노동부 공무원노사관계과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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