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환춘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경남사무소)

대상판결 : 인천지법 2019. 2. 14. 선고 2015가합560-1 판결

1. 사실관계

피고 한국지엠 주식회사의 불법파견에 대해서는 이미 창원공장(차체·도장·조립·엔진·생산관리·물류·포장공정) 부분에 대해 형사사건(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으로 대법원 판결(2013. 2. 28. 선고 2011도34)로 확인된 바 있다. 또한 민사사건인 창원지법 판결(2014. 12. 4. 선고 2013가합3781)에서도 불법파견이 확인됐다(포장·생산관리·조립·엔진가공). 1차 불법파견 소송이다. 이 판결에 대해 한국지엠이 항소·상고했으나 2016년 6월10일 대법원에서 상고기각으로 확정됐다(대법원 2016. 6. 10. 선고 2016다10254 판결).

이처럼 1차 불법파견 소송에서 한국지엠 자동차 생산공정의 불법파견이 확인되자 금속노조 한국지엠부평·군산·창원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들은 2015년 1월20일 한국지엠을 상대로 부평·군산·창원공장에 관한 불법파견 소송(인천지법 2015가합560)을 제기했다. 2차 불법파견 소송이다. 이 가운데 부평·군산 부분은 지난해 2월13일 분리돼 먼저 선고됐다. 이 사건은 현재 서울고등법원(2018나2028233 등)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한편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은 지난해 5월 한국지엠 창원공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다. 1차 불법파견 소송 대법원 판결과 2차 불법파견 소송 부평·군산 판결을 기초로 한국지엠에 같은해 7월까지 창원공장의 불법파견 대상 비정규 노동자 774명을 직접고용하라고 시정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이를 거부했고 노동부 창원지청은 과태료 77억3천만원을 부과했다.

한국지엠이 노동부 시정지시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인천지법은 지난 14일 2차 불법파견 소송 중 창원공장 부분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했다.

2. 쟁점

대상판결의 쟁점은 한국지엠과 사내하청업체가 맺은 계약이 파견법에서 규정하는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되는지 여부다. 만약 근로자파견이 인정되면 파견법 시행시기에 따라서 고용간주 혹은 고용의무의 법적효과가 발생한다. 한국지엠 자동차 생산공정과 관련해 대상판결 이전에 이미 선행 형사판결과 1차 불법파견 소송 판결, 2차 불법파견 소송 부평·군산 판결 등에서 불법파견이 인정됐는데 대상판결에서는 기존 판결에서 근로자파견으로 인정한 요소들을 회피하기 위해 한국지엠이 취한 생산라인 재배치 등의 조치에 대한 평가가 쟁점이 됐다. 이와 관련해 한국지엠은 소송 과정에서 “2005년 8월께 작업지시 방법, 노무관리 방법을 개선하고 사내협력업체들의 사업경영상 독립성을 강화하도록 업무를 개선했으며, 늦어도 2007년 10월께에는 생산라인 재배치를 완료하는 등 근로자파견으로 인정될 만한 요소들을 모두 제거했다”는 주장을 했다.

3. 판결요지

① 한국지엠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직접지시를 하지 않고 사내협력업체 현장관리자를 통해 업무지시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사내협력업체 소속 현장관리인은 주로 피고로부터 받은 지시를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고, 일부 직접 지시를 하거나 피고로부터 받은 지시를 변경했더라도 피고가 정한 작업방법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했던 점을 고려하면 사내협력업체의 현장관리인이 위 원고들에게 구체적인 지휘·명령권을 행사했다 하더라도 이는 피고가 결정한 사항을 전달한 것에 불과하거나 위 피고에 의해 통제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한국지엠이 원고들에 대한 피고의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다고 판단했다.

② 한국지엠은 사내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작업공간을 분리했다고 주장했는데, 재판부는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공간을 분리해 공정을 수행했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것과 같은 기능적·기술적 관련성과 연동성을 무시하고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수행하는 업무의 본질을 평가할 수는 없으므로 이는 각각 개별 업무를 수행한 것이 아니라 분업화된 공정을 나눠서 처리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③ 한국지엠은 “적어도 생산관리의 경우에는 2007년 10월 이후 생산라인 재배치(이른바 블록화)를 실시해 사내협력업체의 업무를 분리하고 장소적 혼재를 해소했으며,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한 지휘·감독도 중단했으므로 피고를 사용자로 볼 만한 요소가 제거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고가 주장하는 업무 분리와 장소적 혼재의 해소란 피고 소속 근로자와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를 공정의 전후로 배치한 것에 불과해 자동차생산공정의 특성에서 비롯된 공정 상호 간의 유기성·종속성이 완전히 제거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가 주장하는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한 지휘·감독 중단은 컨베이어벨트 작업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내협력업체에 자율권을 부여한 수준으로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한 지휘·감독을 축소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④ 불법파견 사업장의 경우 동일 근로자에 대해 사내하청업체를 자주 변경하거나, 계약기간 사이에 수개월의 공백을 두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동일한 업체에 근무한 사실이 인정되나 근무기간 중 입사와 퇴사를 반복한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는 최초 입사일과 최종 퇴사일 사이 기간에 근로의 연속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사내협력업체가 변경된 경우에는 종전 사내협력업체의 퇴사일과 신규 사내협력업체의 입사일 사이에 수일 내지 수개월의 간격이 있더라도 근무의 연속성이 있었던 것으로 본다고 판시했다.

4. 평가

이번 사건은 이미 동일한 사업장에서 동일한 쟁점으로 선고된 판결이 존재했기 때문에 불법파견 인정과 관련해 선행 판결들과 사실관계에 있어서 어떤 차이가 있느냐가 쟁점이 됐다.

대상판결은 원청인 한국지엠이 “사내협력업체가 담당할 공정이나 작업위치를 결정했고, 자동차 생산계획에 맞춰 생산량·시간당 생산대수·작업 일정 등을 계획함으로써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인 원고들의 작업량·작업순서·작업속도·작업시간 등을 사실상 결정했다”는 점, “필요에 따라 사내협력업체의 담당 공정을 변경하기도 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대상판결은 또한 “사내협력업체는 독자적인 경영판단에 따라 작업내용을 결정하거나 임의로 작업위치 등을 변경할 권한이 없이 피고의 지시에 따라 소속 근로자들을 배치하고 작업을 수행했다”는 점을 근거로, 원청인 한국지엠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일반적 작업배치권과 변경결정권을 행사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한국지엠은 선행 판결들과의 차이점으로 ① 사내협력업체의 현장관리자를 통해 업무지시를 하고 ② 사내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작업공간을 정규직과 분리하고 ③ 생산라인 재배치(이른바 블록화)를 실시해 사내협력업체의 업무를 분리하고 장소적 혼재를 해소했다고 주장했는데, 대상판결은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본질적인 근로 형태가 변하지 않은 이상 피고는 여전히 파견법상 사용사업주로서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을 파견근로자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판시해 생산라인 재배치만으로 불법파견을 부인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에 의미가 있다.

한편 대상판결은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거나 사내협력업체를 변경한 경우 수일 내지 수개월의 간격이 있더라도 근무의 연속성이 있었던 것으로 본다고 명시적으로 판시했는데 (불법파견 소송과 별개로 진행되는 임금청구 소송의 경우) 고용간주일/고용의무일이 임금 계산의 기준점이 된다는 점에서 불법파견 소송을 진행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판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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