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대전공장 폭발사고 유가족들이 김종대 정의당 의원, 노동건강연대와 함께 2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정기훈 기자>

엄마는 "이사하는 날인데 하루 연차를 낼 수 없느냐"고 물었다. 아들은 "어렵다"고 했다. 미안한 마음을 안고 출근한 아들은 그날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지난 14일 한화 대전공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승회(31)씨의 어머니 이순자씨는 무너지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힘겹게 말을 이었다. 입 밖으로 나온 말은 대부분 “억울하다”였다.

26일 오전 국회 정론관. 기자들 앞에 선 폭발사고 피해자 고 김승회·김태훈(24)·김형준(24)씨 가족들은 “고용노동부와 방위사업청, 현장 노동자들이 수차례 위험성조사를 하고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작업환경은 개선되지 않았다”며 “정부와 회사의 외면 속에 아이들은 죽음의 현장으로 들어갔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들은 아들이, 아이의 아빠가, 조카가 왜 폭발위험이 있는 곳에 안전교육 한 번 받지 못하고 들어가야 했는지 알려 달라고 호소했다. 회사는 유가족에게 사고현장 CCTV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7월 이형공실 재보수 계획 앞두고 사고 발생
노동자들 지난해 11월 “이형공실 위험성 135건” 지적


한화 폭발사고 유가족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한화 대전공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노동자 5명이 목숨을 잃은 뒤 노동부와 방위사업청, 현장 노동자들이 몇 차례에 걸쳐 안전점검을 했지만 작업환경은 바뀌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지난해 11월 자체 점검을 통해 135건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회사는 이번 폭발사고가 난 이형공실에 대한 전면재보수 계획만 세운 채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재보수 시기는 올해 7월로 예정돼 있었다.

유가족 대표를 맡고 있는 고 김태훈씨 이모부 김용동씨는 “현장 노동자들이 위험성을 조사해 회사에 보고했고 이에 대한 시정계획도 세웠다”며 “노동부와 방위사업청이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이번 폭발사고가 난 이형공실을 포함해 현장 위험성조사를 한 것을 볼 때 노동부와 방위사업청·회사는 이형공실의 폭발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위험성이 충분히 인지됐음에도 회사는 평균나이 27세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을 죽음의 현장으로 몰아넣었다”며 “정부가 침묵하지 않았다면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일어난 폭발사고로 젊은 청년들이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7일 옥경석 사장·유가족 면담 추진
유가족 “특별근로감독 이행결과보고서 공개하라”


노동부는 지난해 5월 폭발사고로 노동자 5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자 한화 대전공장을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했다. 486건의 법 위반 사실을 적발해 126건을 사법처리했다. 그러나 9개월 뒤 같은 공장에서 또다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유가족들은 지난해 노동부가 작업중지명령을 해제하면서 확인한 특별근로감독 결과 이행보고서 공개를 요구했다. 김용동씨는 “수차례에 걸쳐 노동부에 시정명령 이행결과보고서와 이를 확인한 근거를 요구했지만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 폭발사고 이후 노동부 시정명령이 제대로 이행됐다면 2차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27일 오후 대전 성심장례식장에서 옥경석 ㈜한화 대표이사 사장과 실무진을 만나 진상규명을 촉구할 예정이다. 고 김형준씨 어머니 최민숙씨는 “형준이가 입사한 지 한 달 만에 제대로 된 안전교육도, 시스템도 없는 회사에서 일하다 기가 막힌 죽음을 당했다”며 “한 달 된 인턴이 왜 홀로 그곳에서 일해야 했는지, 지난해 5명의 억울한 죽음도 모자라 또 3명의 청년이 왜 목숨을 잃어야 했는지 진상을 밝혀 달라”고 호소했다.

유가족과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종대 정의당 의원·노동건강연대·민주노총 대전본부·정의당 대전시당은 △유가족과 유가족이 추천한 전문가·노동자가 참여하는 진상조사 및 안전조치 개선 △노동부 장관 및 방위사업청장 사과 △김승연 한화 회장 유가족 사과 및 면담 △사고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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