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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노동자 가동연한을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가동연한은 노동에 종사해 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연령의 최대치를 의미한다. 1989년 12월 전원합의체가 육체노동자 가동연한을 55세에서 60세로 높인 지 30년 만에 판례가 변경됐다. 이번 판결에 따라 '60세 이상'으로 규정된 법정 정년을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질 은퇴연령 72세 … OECD 국가 중 가장 높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박아무개씨가 수영장 운영업체 등을 대상으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보고 산정한 배상액을 다시 계산하라"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박씨는 2015년 8월 인천 연수구 소재 한 수영장에서 사고로 아이를 잃었다. 박씨는 인천시와 수영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시대 변화에 따라 육체노동자 가동연한을 만 65세까지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12명이 심리에 참여해 9명이 다수의견으로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 조희대·이동원 대법관은 "가동연한을 63세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김재형 대법관은 "만 60세 이상이라고 포괄적 선언하는 데 그쳐야 한다"는 별개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육체노동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봐야 한다는 견해는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며 "이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만 60세를 넘어 만 65세까지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게 경험칙에 합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이 급속하게 향상·발전하고 법·제도가 정비·개선됨에 따라 1989년에 선고된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 경험칙의 기초가 됐던 제반 사정들이 현저히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1989년 판결 당시 국민 평균여명은 남성 67세, 여성 75.3세였다. 2015년에는 남성 79세, 여성 85.2세로 늘었다. 2017년을 기준으로 하면 남성 79.7세, 여성 85.7세다. 30년 새 각각 10년 넘게 늘었다. 국민 실질 은퇴연령은 남성 72세, 여성 72.2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법과 제도가 정비된 것도 법원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법정 정년이 만 60세 또는 만 60세 이상으로 연장되고, 2013년 개정된 고용보험법이 65세 이후 새롭게 고용되거나 자영업을 개시한 자만을 그 적용대상에서 제외한 점과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이 2033년 이후부터 65세로 변경되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노동계 "대법원 판결 환영, 정년연장은 신중하게"

이번 판결이 정년연장 논의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한국노총은 "이번 판결은 정년을 65세까지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 준 것"이라며 "다만 정년을 65세까지 늘릴 경우 청년세대와 노인세대 간 갈등을 유발할수 있기 때문에 정년은 최소한 국민연금 수급나이와 맞추는 방식으로 조정해 고령자 일자리와 노인빈곤 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민주노총은 "평균수명이 늘어난 만큼 육체노동자 가동연한을 65세로 본 판결은 환영할 만하다"면서도 "사회안전망 확보 없이 70세 가까이 일해야만 하는 사회가 과연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사회보험 적용시점이나 청년실업 문제와 연동해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편 이번 판결에 따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고령자 휴업급여와 상병보상연금 감액기준인 연령 61세를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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