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9.18 수 08:00
상단여백
HOME 정치ㆍ경제 사회적대화
문재인 정부 첫 사회적 합의, 무엇을 남겼나사회적 대화 활성화 기대 … “내리꽂기식 과거행태 되풀이” 지적도
노사정이 지난 19일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와 보완방안에 합의하면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분위기는 고무적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논의한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는 경사노위가 지난해 11월22일 본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만들었다. 옛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아닌 경사노위 체제에서는 가장 먼저 만든 의제별위원회였다. 첫 노사정 대타협이라는 과실도 노동시간개선위가 차지했다.

더구나 노사 단체가 이견과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에 대해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다른 의제도 합의가 잇따를 것으로 기대된다.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디지털 전환과 노동의 미래위원회·국민연금개혁과 노후소득보장특별위원회 등에서도 조만간 의미 있는 결론을 낼 수 있다는 것이 경사노위 관계자들 설명이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한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 논의는 노사단체 간 입장차가 크지만, 탄력근로제 합의 영향으로 논의가 빠르게 전개될 수도 있다.

사회적 대화를 통한 경제·사회 현안 해결을 강조하고 있는 정부도 기대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오전 청와대 참모들과 차담회를 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는 과제들이 많은데 이번 합의가 자신감을 줬다”며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에 대해서도 소중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를 걸어도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노사중심 대화 구현 못해” … “이전 정부와 달라”

이번 합의에 대해 불편한 시각도 적지 않다. 합의내용과 관련한 논란도 있지만, 의제별위원회가 출범할 때부터 노사 중심의 사회적 대화기구를 지향하는 경사노위 취지에 맞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근혜 정부 말기나 문재인 정부 초기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 출범과 관련해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것은 “정부정책 관철을 위한 내리꽂기식 의제설정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경사노위 본위원회 출범 뒤 처음으로 만든 의제별위원회가 정부·여당이 강하게 밀어붙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관련된 것이었다.

과정을 보면 지난해 11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 추진을 결정한 데 이어 여야정 상설협의체에서 같은 결정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사정 대화를 지켜보자”고 언급하면서 여당이 지난해 12월 끝내려 했던 근로기준법 개정이 2개월 미뤄졌지만, 정부가 주도한 의제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답과 기간이 정해진 사회적 대화”라는 비판도 내내 따라다녔다. 민주노총이 경사노위 불참을 결정하는 데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과거의 잘못이 되풀이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노동계와 재계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서구와 비교하면 한국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경사노위는 이런 비판에 동의하지 않는다. 의제를 미리 정해서 내려보냈던 이전 정부와 과정 자체가 다르다는 주장이다. 또한 노동자 과로와 임금 저하를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전제를 두고 단위기간이 확대됐기 때문에 정부가 정한 대로 결론을 내렸다고 볼 수 없다는 얘기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정부와 여당이 의견은 가지고 있었지만 의제개발조정위와 본위원회 의결을 거쳐 의제를 확정했고, 다양한 논의와 창의적인 제안이 쏟아진 끝에 합의안이 도출됐다”며 “정부 메시지를 받고 논의했다거나 ‘답정너’ 결론이라는 주장은 참가주체들을 모독하는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사회적 대화 존중하는 정치문화 정착될까

문재인 정부에서 나온 첫 노사정 합의를 정치권이 수용할지도 주목된다. 경사노위가 따가운 시선에도 ‘탄력적 근로시간’이라는 협소한 주제를 논의한 것은 ‘노사정 합의’ 사례를 만들어 사회적 대화 분위기를 정착하겠다는 의도가 컸다. 노사정 합의 없이 국회에서 처리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후폭풍이 적지 않았다.

최저임금 논란을 교훈 삼아 탄력근로제부터 노사정이 합의해 정치권이 사회적 대화와 그 결과를 존중하고 수용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경사노위에 탄력근로 관련 사회적 대화를 요청했던 김학용 국회 환노위원장이 지난 19일 “국회의 고유권한인 입법권을 침해하고 옥상옥일 수밖에 없는 경사노위 자체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주장했다.

국회에서 탄력근로제 관련 노사정 합의 취지를 훼손하는 내용의 법안이 통과된다면 문재인 정부 사회적 대화는 다시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김학태  tae@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학태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