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콜텍 정리해고 사태 후 처음으로 박영호 사장이 참석하는 교섭이 열린다. 긴박한 경영상 이유로 단행된 정리해고 사태 이후 13년간 이어진 노동자들의 복직투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18일 금속노조 콜텍지회(지회장 이인근)와 콜텍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서울 등촌동 콜텍 본사 3층 사장실에서 해고자 이인근·김경봉·임재춘씨를 만난 박영호 사장은 "3월 초에 만나자"며 자신이 참석하는 교섭개최를 약속했다. 교섭위원은 콜텍지회 해고자 3명과 박영호 사장·이희용 상무이사 등 5명이다.

이날 박 사장과 해고자들의 만남이 약속된 자리는 아니었다. 당초 이날 오후 콜텍 본사 앞에서 회사의 성실교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었다. 기자회견 전 해고자들을 비롯한 콜텍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 관계자들이 불시에 사장실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박 사장과 맞닥뜨린 것이다. 해고자들은 "정당한 정리해고였냐"며 울분을 터트렸다. 두 눈을 감고 입을 꾹 다문 채 듣고 있던 박 사장은 40여분 만에 직접교섭을 약속했다.

이인근 지회장은 "지난 교섭 과정을 설명했고, 회사측 교섭대표로 나왔던 실질적 권한이 없는 이희용 상무와는 더 이상 교섭할 수 없다고 얘기했다"며 "박영호 사장에게 직접 교섭에 나서 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 지회장은 "2007년 정리해고 후 2009년 서울 서초동 박영호 사장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했을 당시에 경찰 중재로 딱 한 번 본 뒤 10여년 만의 만남"이라고 덧붙였다.

해고자 김경봉씨는 "예상하지 못했던 만남이었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박 사장에게 우리 얘기를 직접 할 수 있었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는다"며 "조금이나마 속이 풀렸다"고 말했다.

노사는 설연휴 직후 집중교섭을 했지만 해고자 복직과 해고기간 보상 등을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지난 14일 교섭에서 노조는 '복직 6개월 뒤 퇴직'과 정리해고 기간 보상금을 낮춘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회사가 거부하면서 교섭이 결렬됐다.

다음달 초 박영호 사장이 직접 참여하고, 노조측도 해고자 3인만 들어가는 새로운 교섭이 열리는 만큼 극적 타결이 점쳐진다. 이인근 지회장은 "박 사장이 처음 교섭에 나오겠다고 했으니 일단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진전된 안을 가지고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