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4.19 금 08:00
상단여백
HOME 칼럼 연재칼럼 김형동의 노동현안 리포트
고 김용균씨 장례
▲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지난 9일 고 김용균씨의 장례식이 열렸다. 고인이 안타까운 사고를 당한 지 두 달 만이다. 이날 새벽 서울대병원에서 태안 화력발전소로, 충남 태안에서 다시 서울 광화문광장까지. 광화문광장에서 경기도 마석까지. 그의 마지막날은 그리 짧지 않았다. 오랜만에 닥친 한파에도 광화문광장 노제에는 많은 시민과 노동자들이 함께했다. 고인의 마지막 길은 외롭지 않았다.

24세 청년. 어쩌면 어린 비정규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우리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오고 있다. 작게는 공공부문 청년 비정규 노동자의 삶, 산업안전 전반에 대한 제도개선, 중간착취의 또 다른 이름인 위험의 외주화, 그 위에 불안하게 선 우리 사회 구조. 사고 후 두어 달 동안 이어진 토론 속에 적지 않은 개선책이 나왔지만, 고인과 그의 어머니 앞에서 우리 모두는 그저 미안한 마음뿐이다.

그리고 ‘언제까지 이 같은 방식(청년노동자의 죽음과 같은 가장 큰 희생을 맞고서야 정신을 차리고 고작 한 발 나아가는)을 되풀이해야 하는 것일까’ 물어본다. 만약 구의역 사고에서라도 이번에 만들어 낸 대책을 세웠더라면,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타워크레인 사고 때만이라도 엄격한 처벌을 했더라면, 맨홀이나 탱크 작업에서 발생하는 치명적인 유독가스 사고 근절을 위한 조치를 다했더라면. 제발이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대가로는 그 어떤 이익도 취할 수 없다’는 사회적 합의가, 고인 희생을 끝으로 널리 퍼지길 간절히 소망한다.

지난달 15일 이른바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공포돼 내년 1월16일부터 시행된다. 사회적 합의 과정에서 다소 이견이 있었지만 초고속으로 개정됐다.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고인의 주검 앞에 ‘더 이상 위험의 외주화는 안 된다’는 정의 앞에 그 누구도 반대하기 어려웠으리라. 28년 만에 전면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거의 모든 조문을 개정해 사실상 제정 수준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크게 개선된 내용도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는 부분도 있다.

안전보건 조치의무 범위를 기존 22개 위험장소에서 도급인 사업장 전체로 확대하면서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했다. 소위 ‘위험의 외주화 방지’ 달성을 목표로 한다. 사업주와 사업주가 속한 법인, 도급인 모두가 처벌 대상이다. 그런데 도금작업 등 유해위험한 작업에 대해서는 ‘사내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했고, 일부 독성물 작업에 대한 ‘사내도급’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얻도록 했다. 반대로 해석하면, 회사 밖에서 하는 도급(사외도급)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는 결론이다.

특수고용 노동자와 플랫폼을 활용하는 배달노동자까지 산업안전보건법 보호대상을 확대한 것은 가장 칭찬할 만한 대목이다. 제도보다 빠르게 변하는 노동현장에 능동적으로 대처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가장 보호받아야 할 노동자임에도 제도보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또 다른 김용균이 없었으면 한다”는 소망이 가장 절실한 노동현장이 바로 이곳 아닌가.

건설현장 안전문제의 중심에 있던 타워크레인에 대한 설·해체 작업시 필요한 안전보건 조치를 의무화하고, 설·해체 작업은 등록한 자만 할 수 있도록 명시한 것도 진일보한 개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법률 개정을 두고 벌써 일부 언론에서는 이렇게 해서 기업활동을 할 수 있겠냐는 불만이 제기된다. 정부는 “절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방향이 아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물러설 일이 아니다.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작업장 환경 안전은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 노동선진국에서 이미 시행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라는 주장이 노동현장에서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다.

사고 이후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 대책이라고 한 것들이 얼마나 허술했는지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발전 5사를 대상으로 비정규 노동자를 위한 신속한 정규직 전환정책을 시행하겠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할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차원에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요컨대 위험의 외주화를 통해 얻는 수익은 누구도 누리지 못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이를 ‘중간착취 금지’라고 말해도 좋다. 외주화 유혹을 근본적으로 막는 방식이 우선이다. 위험을 타인에게 전가하면서 얻는 그 어떤 이익도 정의롭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김형동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형동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