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국가공무원법 65조가 국제노동기구(ILO) 111호 협약을 위배했다는 ILO 판단이 나왔다. ILO 111호 협약은 정치적 견해에 기초를 둔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13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회원국 비준협약 이행을 감독하는 'ILO 협약·권고 적용 전문가위원회'가 6월 ILO 100주년 총회를 앞두고 각국 협약 이행을 검토한 보고서를 지난 8일 발표했다.

국가공무원법 65조는 공무원이 정당이나 정치단체 결성에 관여하거나 가입할 수 없도록 하고, 선거에서 지지후보 투표를 독려하는 등 정치운동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과거 민주노동당에 월 1만원을 후원했다는 이유로 교사·공무원 1천830명이 징계를 당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시국선언을 한 교사·공무원이 해직되는 일도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ILO에 제출한 답변에서 "감수성이 예민한 초중등 학생들의 인성과 기본 습관 개발에 있어 교사들이 끼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에 학교 안팎에서 이뤄지는 초중등 교사의 모든 활동은 잠재적인 교육의 일부"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공무원과 관련해 "정치활동 금지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자 정권의 부당한 압력과 개입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문가위원회 판단은 달랐다. 전문가위는 "정치적 견해에 기초를 둔 차별로부터 보호는 정치적 원칙과 의견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다양한 형태의 활동을 인정하는 것과 정당가입까지 포함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위는 이어 "정치활동에 참여한 교사에 대한 그 어떤 징계도 협약 위배"라며 "교실 밖이나 가르치는 일과 관계없이 이뤄지는 정치활동을 보장하고, 교사들이 징계받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주문했다.

전문가위는 공무원 정치활동에 대해서는 "협소한 특정직업 범위에만 적용돼야지, 공공부문 전체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면서 한국 정부에 정치활동 금지가 필요한 공공부문 특정직무 리스트를 채택할 수 있는지 검토할 것과 국가공무원법이 적용돼 징계 처분된 사례 등 정보제공을 요구했다.

한국 정부의 111호 협약(고용·직업상 차별 금지) 불이행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전문가위 보고서에 수록된 사례 중 24개를 선정해 심의하는 ILO 기준적용위원회에서 네 차례(2009년· 2013년·2014년·2015년)나 다뤄진 바 있다.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는 논평을 내고 "교사·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는 ILO 권고를 수용해 시대에 맞게 법을 개정하고 행정조치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보고서에 대한 정부의 분명한 입장이 없다면 올해 ILO 총회에서도 한국 정부의 111호 협약 불이행 문제가 기준적용위에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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