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세계시장 점유율 20%가 넘는 매머드급 조선업체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불참을 선언하면서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품게 됐다. 동시에 인수·매각 반대를 공식화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조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이 구조조정 우려를 불식하고 노조를 설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산업은행은 12일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후보자로 확정됐다"며 "삼성중공업은 대우조선 인수제안 요청에 전날 참여의사가 없다고 공식적으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다음달 초 이사회 승인을 거쳐 현대중공업과 본계약을 체결한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마무리하면 시장독점과 비용절감에서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선·해운 전문 분석기관 클라크슨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말 수주잔량 기준 글로벌 1위는 현대중공업이다. 1만1천145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를 보유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5천844CGT으로 2위다. 두 회사 수주잔량을 합치면 전 세계 조선시장의 21.1%를 차지한다. 국내 조선사들이 우위를 점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입찰시 출혈경쟁을 막아 수익 개선효과를 낼 수 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성공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당장 인수·매각에 반대입장을 공식화하고 장외투쟁에 나선 노동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이날 오전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 고용불안 문제를 야기하는 대우조선 인수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지부는 "조선경기가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라며 "동반부실 어려움에 빠지면 구조조정이 가속화하고 노사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노조 대우조선지회는 이날부터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지회는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 간 밀실야합에 의한 인수합병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17~18일 쟁의행위 찬반투표, 27일에는 전 조합원 상경투쟁을 준비 중이다.

노동자들은 합병시 구조조정을 우려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상선건조·해양플랜트·특수선 부분이 겹친다. 영업·설계·연구개발·사업관리 같은 비생산 간접부서 인력들은 구조조정 불안을 심각하게 느낀다. 지부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간 현대중공업 구조조정 과정을 보면 전혀 신뢰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남해안 조선산업 밸트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대우조선지회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기자재를 대부분 자회사에서 충당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거제·경남·부산 중소업체에서 납품받고 있다"며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자칫 중소 조선기자재 납품업체 도산으로 이어져 대량실업을 유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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