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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하고 농성하고] 제주 녹지국제병원 개원 갈등 최고조의사 9명 전원사직 이어 간호인력도 잇따라 사직 … 노동·사회단체 “정부가 결단하라”
▲ 제주 영리병원 철회 및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구성원들이 11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영리병원 승인 철회와 공공병원 전환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삭발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허가받은 제주 녹지국제병원 개원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병원 개원 시한을 20여일 앞둔 상황에서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노숙농성 돌입을 비롯한 총력투쟁을 선포했다.

제주영리병원 철회 및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11일 오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제주 영리병원 철회 및 공공병원 전환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보건의료노조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를 비롯한 노동계와 시민단체 회원 400여명이 함께했다.

의사도 간호사도 탈출러시, 졸속 허가 ‘뒤탈’

이들은 결의대회 직후 청와대 앞 철야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노숙농성은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열리는 이달 20일까지 이어진다. 15일 촛불문화제와 21일 제주도 투쟁, 23일 집회, 27일 제주도 투쟁을 비롯해 집중적인 반대행동을 한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결의대회에서 삭발했다. 나순자 위원장은 “우리나라에 단 하나의 영리병원도 허용할 수 없다”며 “청와대가 영리병원을 철회하고 공공병원으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더욱 강력한 투쟁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12월5일 외국인 진료만 허용한다는 조건을 달아 제주영리병원 개원 허가를 냈다. 의료법에 따라 녹지국제병원은 허가 90일 이내인 다음달 4일 문을 열어야 한다. 그때까지 개업하지 않으면 사업허가가 취소된다. 개원은 불투명한 상태다. 제주도가 개원을 허가한 지 두 달 넘게 지났는데 병원측이 채용한 의사 9명이 전원 사직했다. 녹지국제병원측도 개원을 할지 말지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제주도청 관계자에 따르면 간호사·간호조무사 인력도 상당수 빠져나가 현재 60여명만 남아 있다. 녹지국제병원측은 2017년 8월 제주도에 개설 허가를 신청할 당시 직원을 134명으로 제시했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병원측과 비공식적으로는 접촉하고 있는데 개원과 관련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없다”며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서 조심스러우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졸속허가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범국민운동본부는 지난달 31일 검찰에 정진엽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직무유기로 고발했다. 유재길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복지부가 녹지국제병원을 허가하면서 400페이지짜리 사업계획서를 보지 않고 8페이지 요약본만 보고 승인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리병원 설립은 의료민영화 신호탄”

이날 범국본은 녹지국제병원 설립이 “의료민영화의 신호탄”이라고 비판했다. 녹지국제병원을 시작으로 전국 8개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이 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다. 유재길 부위원장은 “현재 8개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이 들어오는 것은 법적으로 가능한 상항”이라며 “녹지국제병원이 개원하고 흑자를 내는 순간 전국 8개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이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부장은 “미국은 영리병원 하나가 생긴 지 20년 만에 전체 병원의 20퍼센트가 영리병원이 됐고, 영리병원은 뱀파이어처럼 비영리병원의 의료비를 올렸다”며 “우리나라도 댐이 하나 터지는 순간 의료체계가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고 지적했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내국인 진료를 불허하면 국내 의료체계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영리병원 찬성쪽 논리를 비판했다. 이상훈 국민건강보험노조 경기본부장은 “우리나라 의료법상 병원은 오는 환자를 막을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내국인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이상훈 본부장은 “이런 이유로 자본은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이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기를 목 놓아 기다리고 있다”며 “의료영리화는 의료재앙으로 갈 것이 분명하다”고 꼬집었다.

최나영  joi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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