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간 인수합병 추진과 관련해 노동자들이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피인수기업 노동자가 된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매각 반대를 강하게 주장하는 반면 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아직까지 입장 정리를 하지 못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비밀리에 진행된 회사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추진을 황당해하면서도 "인수 반대"를 촉구할 명분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7일 노동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지부와 대우조선지회는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매각계획이 발표된 지난달 31일 오후 울산에서 긴급회동을 했지만 상호 입장만 확인한 뒤 헤어졌다. 구체적인 공동투쟁 계획은 잡지 못했다. 8일 2차 만남을 갖기로 했지만 공동행보를 결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우조선지회 관계자는 "두 노조가 공동행보를 하자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아무래도 현대중공업은 인수기업 쪽이고, 우리는 매각 대상자이다보니 기본적으로 입장차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지부는 대우조선 인수시 중복사업 구조조정 우려에 임단협 찬반투표 잠정중단을 선언하긴 했지만 확실하게 반대 입장을 정하진 못했다.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해소될 경우 찬성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현대중공업지부 관계자는 "대우조선지회는 오래전부터 매각시 문제점과 대응방안을 준비했지만 우리는 (동종업종) 인수시 어떤 문제가 있는지, 고용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제대로 분석이 안 돼 있다"며 "인수가 주식 전환과 합작법인 설립이라는 전례 없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어 어떻게 (입장을 정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뭐라고 얘기하기가 어려운 복잡한 상황"이라며 "조합원들도 궁금해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이 한시적이더라도 중복사업 고용보장과 단협유지 카드를 꺼낼 경우 지부가 인수 반대를 주장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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