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태안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고 김용균씨 사건을 계기로 발전소 같은 공공부문의 민영화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위험의 외주화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민영화 확산 흐름을 끊는 정부 대책이 나올지 주목된다.

"발전부문 민영화 탐욕, 20년 동안 공고해져"

7일 노동계에 따르면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인 1998년께부터 전력산업 민영화 정책을 추진했다. 정부는 한국전력공사가 전담하던 전력산업을 경쟁구조로 전환해 효율성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2002년 5개 화력발전과 1개의 원자력발전으로 분할했다. 발전소 정비 분야에는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이름으로 민영화가 추진됐다.

민영화가 본격화한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발전소 정비·운영을 독점하던 한전KPS의 신규 수주물량을 민간부문에 넘기는 내용의 '발전 정비시장 경쟁도입 정책'을 발표했다. 민영화 이행은 박근혜 정부가 했다. 2013년부터 발전소 운영·정부 업무의 민간업체 입찰 참여를 유도하기 시작했다. 2018년부터 2022년 사이에는 발전 자회사들은 한전KPS와 35%만 계약하고 나머지 일감을 민간업체에 넘기도록 했다. 발전정비시장의 경쟁도입 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만나면서 일시 중단됐다. 발전소 정비시장에서 민간경쟁을 확대할 것인지, 공기업 정규직 전환으로 공공성을 강화해 나갈지 논의가 촉발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발전정비 경쟁도입 현황 및 정비분야 정규직 전환 평가 토론회'에 참석한 김봉빈 동서발전 발전처장은 "94년 한전KPS 파업이 (민영화 추진의) 발단이 됐고 대외적으로도 발전정비시장 개방 요구가 있었다"며 "2003년부터 (한전 자회사인) 한전KPS 주도로 민간 정비업체를 육성했고 2005년부터 발전회사들이 민간업체를 육성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발전정비 분야 민영화 정책을 확정하기 한참 전부터 발전사들은 준비를 했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발전부문을 민영화해 이윤을 빨아 가려는 탐욕이 20여년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용균씨가 중단시킨 민영화 질주
재공공화 전체 공공부문으로 확산할까


발전부문 민영화 질주를 막은 것은 스물네 살 청년 김용균씨다. 유가족과 시민대책위는 원청의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확대하고 처벌을 강화해 하청 직원의 산업재해 사고에 대해 원청이 책임을 지도록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끌어냈다.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자식 잃은 아픔을 다른 이는 겪지 않도록 해 달라"며 호소한 끝에 정부·여당은 발전소 연료·환경설비운전 분야 비정규직을 공공기관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정규직 전환 논의가 시작조차 없었던 경상정비 분야도 노·사·전 통합 협의체를 꾸려 전환 논의를 시작한다. 위험의 외주화 방지라는 원칙 아래 경상정비 세부업무 영역을 분석해 정규직 전환 범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국무총리 산하에 설치될 석탄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진상규명위원회) 활동에 따라 공공부문 민영화 정책 전반이 새롭게 짜일 수도 있다. 진상규명위는 김용균씨 죽음을 부른 구조적 원인을 조사해 재발방지와 개선방안을 마련·시행하는 임무와 권한을 부여받았다. 6월30일까지 활동한다.

진상규명위가 "김용균씨의 죽음은 민영화 정책에 따른 하청구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면 어떻게 될까.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질문에 "진상규명위 결론에 따르고 이행하게 될 것"이라며 "(외주화를 금지해야 한다는 권고가 나오면) 정부는 수용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대책위 관계자는 "진상규명위 활동으로 공공부문 민영화 정책 폐단이 드러나고 개선을 권고할 경우 그 영향은 발전소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는 철도·의료 등 안전업무를 외주화했던 모든 공공부문 정책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민대책위는 고인의 장례를 9일까지 치른다. 9일 오전 발인 후 태안 화력발전소 앞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노제를 개최한다. 고인은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 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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