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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합병 배경과 전망
▲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지난주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매각계획을 발표했다. 인수자는 현대중공업지주다. 세계시장 점유율 1·2위 업체 간 합병이다. 만약 합병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세계시장 점유율 20%가 넘는 초거대 조선업체가 탄생하게 된다. 하지만 양사 노조는 합병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양사 대주주들이 노조에 일언반구 없이 합병을 추진한 까닭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10년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하려 했다. 2008년에는 한화그룹, 2009년에는 중동 국부펀드, 2015년에는 SK그룹과 매각협상을 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협상이 진행될 때마다 금융위기가 발생하거나 조선업이 불황에 빠졌다. 그래서 산업은행의 그간 태도에 비춰 보면, 이번 매각이 추진된 것도 산업은행의 변화보다는 현대중공업이 적극적으로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현대중공업은 왜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일까. 사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0년 동안이나 시장에 나와 있던 매물이었다. 현대중공업은 2000년대 초중반 어마어마한 순이익을 낼 때도 딱히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4년간 다운사이징 구조조정을 한 지금에 와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필자 생각에 현대중공업의 느닷없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경영권 승계 이슈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지난 2년간 현대중공업의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3세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것이었다.

현대중공업은 2017년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중공업을 사업부로 나눠 기업분할한 후 지주회사를 세웠다. 그리고 정몽준 회장의 장남인 정기선씨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경영진 전면에 내세웠다. 정 부사장은 지주회사 지분도 5% 확보했다. 아버지 지분(25.8%)만 상속받으면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조건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정 부사장에게 그야말로 경영능력을 기업 내외에서 인정받을 기회가 된다. 정 부사장은 1998년 현대그룹의 정몽구 회장 스토리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당시 정몽구 회장은 재무위기 와중에도 기아자동차를 인수했다. 그리고 그는 현대차-기아차의 성공적 합병으로 그룹 내부와 정부로부터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2000년 왕자의 난으로 현대그룹 경영권을 박탈당한 이후에도 그가 자동차 계열사들을 떼어 나올 수 있었던 배경도 인수합병 성공이 핵심이었다.

정기선 부사장이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끈다면, 그는 명실상부한 현대중공업의 3세 경영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합병과 구조조정으로 압도적 세계 1위 조선사를 만든 영웅담이 그의 경영권 승계를 도울 테니 말이다.

어쨌거나 시장점유율 상위업체 간의 합병은 시장독점과 비용절감이라는 이중의 이익을 가져다준다. 그런데 합병 과정은 경제 상황에 따라 한쪽에 좀 더 초점을 둔다. 호황기에는 시장 점유율을 높일수록 이윤이 급증한다. 그래서 다운사이징 구조조정보다는 시너지를 통한 진취적 시장 확대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불황기에는 시장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불필요한 설비를 폐기해 가동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이윤을 증가시키게 된다.

2000년대 초반 자동차산업 호황기에 합병한 현대차와 기아차는 국내시장 점유율을 60%로 높였고, 이를 바탕으로 진취적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했다. 합병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보다 오히려 사업 확장이 강조됐다. 반대로 닷컴버블 붕괴 와중에 성사된 휴렛팩커드와 컴팩의 합병은 사업 확장이 아니라 다운사이징 구조조정이 강조된 경우다. 합병 후 양사 인력의 15%가 해고됐고, 전자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내외 사업장 폐업이 이뤄졌다.

그렇다면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합병은 어떨까. 우선 합병이 이뤄진다면 통합법인은 LNG선과 VLCC 같은 초대형 상선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60% 이상을 기록할 것이다. 통합법인은 경쟁을 제한해 이전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그런데 통합법인은 비용절감 측면에서도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설비가동률은 61%, 대우조선해양 설비가동률 91%인데, 양사의 상선·특수선·플랜트 등의 사업부를 통합해 구조조정을 하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조선업이 회복 중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2000년대 초중반과 비교해 보면 심각한 불황이다. 더군다나 세계경제가 또다시 경제침체를 겪을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이런 조건을 계산한다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은 공격적 시장 확대보다는, 유휴설비와 중복사업 폐기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은 사회적 시선 때문에 그렇지 않더라도 장기간 세계경제 침체에 적응하는 방식으로 통합법인의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이다.

한편 현대중공업 경영권 승계를 위한 기업재편, 세계경제 장기불황과 합병의 비용절감 편향성을 따져 보면 두 기업의 노동자들에게 합병은 분명 불안한 사건이다. 여기서 문제는 합병을 반대하는 것으로 고용안정이 쟁취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상태를 유지한다고 고용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조선업 상황이 그렇다.

따라서 노동조합은 합병 자체에 대한 찬반보다도 조선업 대안을 제시하며, 특히 산업에서 노동조합의 역할을 만들어 내는 투쟁을 조직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어쩌면 이번 합병은 노동조합에게 그런 기회가 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영권 승계 중심 기업재편, 산업은행의 노동배제적 매각정책은 분명히 사회적으로 비판받아야 할 것들이다. 노동조합이 합병 과정에서 고용을 확대하고, 숙련을 고도화하며, 심지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면, 사회적 지지를 얻으며 자본과 정부를 상대로 투쟁을 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 역시 그들이 내세우는 합병의 대의명분을 지키려면, 노동조합의 합리적·사회적 요구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양사 노동조합이 사업장을 넘어선 금속노조 차원의 요구와 투쟁을 만들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jwhan77@gmail.com)

한지원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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