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고시를 개정해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기준을 완화했지만 당사자들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6일 노동계에 따르면 노동부는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업장 변경 사유’ 고시를 지난달 전부개정해 이달 1일 시행했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3년간 3회로 제한하고 있다. 사업주가 재고용 허가를 요청하면 2년 미만 기간으로 체류기간을 연장받는다. 고시에 열거한 '사회통념상 계속 근로할 수 없는 사유'가 있을 때 사업장을 바꿀 수 있지만 이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 노동계가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사업장을 이동하지 못하게 하는 족쇄"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전부개정된 노동부 고시는 사업장 변경 기준을 완화했다. 재량적 사업장 변경 사유를 없애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변경을 허용하도록 기준을 구체화했고, 성폭행 피해 발생에 따른 긴급 사업장 변경제도를 신설했다. 숙소 시설기준에 미달하는 숙소를 제공하면 노동자가 사업장을 바꿀 수 있다.

노동계는 고시의 허점을 지적했다. 이주공동행동 관계자는 “성폭력 피해조사 최종 결과 확인 전이라도 피해의 구체성과 일관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사업장 변경이 허용된다는 내용이 추가됐지만, 노동자가 성폭력 피해를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숙소와 관련한 내용에 대해서도 “시정명령을 전제조건으로 하는데, 노동부가 이주노동자 고용 사업장의 숙소 시설을 전부 점검해 시정명령을 내릴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노동계는 이주노동자에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이주공동행동은 “사업장 이동을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상황에서는 노동자의 노동권이 온전히 보장될 수 없다”며 “정부는 고시를 찔끔찔끔 개정하는 미봉책을 쓸 것이 아니라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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