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지난해까지 경기도 화성의 한 중학교에서 청소년상담사로 일했던 김화민(40)씨는 설연휴가 기쁘지 않다. 화성시가 위탁계약을 통해 고용했던 청소년상담사 40여명에게 계약만료를 통보하면서 올해부터 일을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화성시는 2012년 경기도교육청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청소년상담사를 학교에 배치했다. 화성시가 예산을 지원하고 학교에서 상담사를 고용하는 형태였다. 그런데 2016년 경기도교육청이 학교장 고용을 금지하면서 화성시는 사업을 민간에 위탁했다. 지난해에는 경기도교육청이 학교마다 상담교사를 배치한다는 계획을 세우자 이를 빌미로 41개 학교에 배치했던 민간위탁 청소년상담사들을 해고했다.

31일 <매일노동뉴스> 통화에서 김화민씨는 “해고 전 화성시가 올해부터 10개월짜리 쪼개기 계약을 요구해 상담사들이 항의하자 사업을 중단하고 전원 해고를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상실감을 이루 말할 수 없다”며 “해고가 됐다는 것은 집안 재정에 위기가 온다는 얘기이기도 하기 때문에 가족들 만나는 게 편치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김씨를 포함한 상담사들은 이날로 36일째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노숙농성 중이다. 설 연휴에도 농성을 이어 갈 예정이다.

설 연휴를 앞두고 해고된 학교비정규 노동자는 청소년상담사만이 아니다. 영어회화전문강사들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영어회화전문강사들은 매년 재계약을 하고, 4년마다 시험을 쳐 합격해야 재임용된다. 정부의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이혜련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영어회화전문강사 분과장은 “정부가 영어회화전문강사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매년 이뤄지는 재계약 평가를 간소화하라고 했지만, 4년마다 재시험을 치러야 하는 상황은 여전하다”며 “2월 말 계약만료를 앞두고 재시험을 치른 결과 재고용 탈락이 결정된 강사들이 노조에만 벌써 10여명에 이르는데, 시험이 본격화되는 설 이후에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날 오전 교육공무직본부는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시·도 교육청은 해고를 즉각 중단하고 상시·지속업무에 대한 무기계약 고용원칙을 확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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