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영 기자
정부·여당이 광폭 경제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첫 행보로 혁신 스타트업 기업들을 찾은 이후 중소기업·대기업 경영진과 잇따라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며 경제활력 되살리기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이낙연 국무총리에 이어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을 만났다. 홍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 성공을 위한 삼성의 역할을 주문했다. 기술혁신·중소기업과의 상생·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많은 협력업체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재용 부회장 “정부에 건의할 것은 건의하겠다”

홍영표 원내대표단이 30일 오후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찾았다. 이철희·김종민·권칠승·어기구·강병원 의원을 포함해 더불어민주당 의원 15명이 함께했다. 원내대표단은 반도체 연구소 단지와 메모리연구동에 위치한 전시관을 둘러보며 반도체 개발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전시된 반도체 모형을 관람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반도체가 중국보다 5년 앞섰다고 할 수 있느냐”는 유동수 의원 질문에 이재용 부회장은 “제가 함부로…. 열심히 하겠다”고 답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홍 원내대표는 전시관 방명록에 “대한민국과 인류의 미래를 열어 가는 삼성반도체를 힘차게 응원한다”는 글을 남겼다. 그는 이재용 부회장과의 간담회에서 혁신성장과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 이어 삼성반도체 백혈병 문제를 언급하며 "삼성이 산업안전보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모범이 돼 달라"고 요청했다. 중소기업과의 상생과 일자리 창출·인재육성도 주문했다.

홍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새로운 포용성장 국가라는 정책목표를 내세우고 있다”며 “그중에서도 혁신성장을 강조하는데 대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핵심기술들을 삼성이 앞장서서 (개발)하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게 된다”며 “삼성에 대한 국민의 응원과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문제와 관련해 삼성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홍 원내대표는 “삼성에 대한 비판도 많은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아픈 기억이지만 삼성 백혈병 문제가 잘 마무리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항상 빛과 그늘이 있겠지만 삼성이 이런 문제와 관련해 모범을 보여 줘야 국가적으로도 산업안전보건 분야에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5년간 청년 1만명에게 무상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제공하며 인재양성에 나서는 것과 관련해 홍 원내대표는 “가능하다면 10배로 (계획을) 늘려 달라”며 “앞으로 기업의 경영 공공성과 공익성·사회적기업(으로서의 역할)이 크게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미혁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홍 원내대표가 말한 중소기업과의 상생, 일자리·(사업장) 안전문제 등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정부에 건의할 것은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반도체가 우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많은 협력업체에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동시에 혁신을 같이하겠다”고 덧붙였다.

김경수 경남지사 구속에 애로사항 청취 못해

홍 원내대표가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찾은 시각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과 댓글조작 공모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비공개 간담회에서 반도체 사업을 비롯한 경제정책 관련 애로사항을 전달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갑자기 잡히면서 반도체 사업 현황 및 시스템 반도체 육성방안 관련 발표만 했다.

권미혁 대변인은 “(김경수 도지사 건과 관련해) 홍 원내대표가 빨리 최고위원회의에 가야 해서 구체적인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다”며 “애로사항에 대해서는 서면으로 전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여당이 혁신성장 속도감을 높이기 위해 기업 현장과의 교감을 활성화하는 가운데 이번 만남을 계기로 정부의 규제완화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비롯한 경제·노동체제 개편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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