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대하는 마트노동자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감정노동뿐일까. 마트노동자들이 무거운 짐을 운반하며 근골격계질환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실태파악과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서비스연맹과 마트산업노조, 노동환경건강연구소·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29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마트여성노동자의 노동실태와 쉴 권리 찾기'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첫 발제를 맡은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에 따르면 마트노동자 중 근골격계질환자의 정확한 실태를 보여 주는 국내 자료는 아직 없다. 2015년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 중 근골격계질환자 비율이 5.6%인데 같은해 미국은 31.0%다. 이 소장은 "전체 노동자 중 근골격계질환을 앓고 있으면서도 드러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마트노동자와 같이 비정형화된 작업자들의 비중이 커질 것으로 추정되지만 실태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마트노동자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쉴 권리부터 보장해야 한다는 제안이 잇따랐다. 정기의무휴점제나 영업시간 규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종진 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두 번째 발제에서 "노동자 노동조건은 사업장 조업·영업시간과 맞물려 있고 건강과 휴식 등 노동안전 문제 차원에서도 영업시간은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며 "건강권 보호를 위해 개점과 폐점, 영업시간 규제가 제도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용이 불안해지면서 노동환경이 열악해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토론자로 참석한 정민정 마트산업노조 사무처장은 "대형마트 안에 육체노동과 감정노동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사업주는 근골격계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해야 하고 정부는 마트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이 보장될 수 있도록 현장점검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처장은 "마트노동자의 건강권 보장 문제와 관련해 사용자단체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7년 감정노동자 인권보호를 위해 감정노동자보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던 인권위는 최근 휴식권·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개선안을 준비하고 있다. 송오영 인권위 사회인권과장은 "마트종사자 인권문제는 감정노동 중심으로 개선책이 논의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휴식권과 건강권까지 보장하기 위한 측면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마트노동자를 포함한 유통업 종사자에 대한 인권증진 제도개선안을 검토·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과 이근규 고용노동부 산업보건과 사무관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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