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시 홈페이지 갈무리

“저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 이후 (정규직 전환 분쟁이) 마무리된 줄 알고 일터에 복귀해 열심히 근무했습니다. 그런데 고양시가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한다더군요. 답답하고 억울합니다.”(ㅇ보건소 노동자 A씨)

경기도 고양시가 ‘계약만료 통보를 받고 정규직 전환에서도 제외된 기간제 노동자를 원직에 복직시키라’는 중앙노동위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내 비난을 사고 있다. 28일 민주연합노조는 “고양시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이행하기는커녕 역행하고 있다”며 “고양시는 행정소송을 취하하라”고 촉구했다.

“가이드라인 무시하고 계약해지”

노조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1월2일부터 고양시 ㅇ보건소에서 치과위생사로 일했다. 계약기간은 같은해 10월31일까지였지만 정부가 그해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A씨는 정규직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A씨의 꿈은 얼마 지나지 않아 무너지고 말았다. 고양시가 같은해 10월 A씨에게 계약만료 통보를 한 뒤 11월 A씨를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하기로 확정했기 때문이다. 당시 열린 3차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에서 고양시는 전체 평가대상 인원 306명 중 242명만 무기계약직 전환자로 결정하고 이를 공고했다. 심의위는 그해 10월13일 처음 열렸다.

고양시가 A씨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계약만료를 통보한 뒤 심의위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은 정부 정책 방향에 어긋난다. 고용노동부가 2017년 8월 발표한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계약기간 만료 도래자에 대한 조치요령’에 따르면 계약만료 기간제 근로자의 근무기간이 2년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2년 범위 내에서 계약기간을 잠정 연장하고 이후 전환심의위 최종 결정을 따라야 한다. A씨는 “정부 방침을 잘 몰라 계약만료 통보를 받았을 때 집에서 기다리면 심의위를 거쳐 당연히 다음해 1월1일부터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줄 알았다”며 “고양시 발표를 기다리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했다”고 호소했다.

노조는 A씨가 정규직 전환대상에서 제외된 사유도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고양시가 2017년 12월 정규직 전환 결과를 통지할 당시 불합격 사유와 평가점수를 비롯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A씨는 “고양시가 정확한 불합격 사유를 알려주지 않아 정규직 전환 관련 부서별 평가점수와 탈락 사유를 묻는 정보공개청구까지 했다”며 “고양시는 '전환제외 대상은 평가 결과 60점 이하자이며 A씨의 1차 부서평가 점수는 46.5점'이라는 사실 정도만 공개했을 뿐, 구체적인 결격사유나 회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경고를 받거나 민원을 받은 사실도 없고 결근이나 지각·조퇴를 한 사실이 없음에도 극히 불량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은 것은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고양시는 중노위 심판회의 과정에서 “경기도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평가표를 기준으로 자체 평가표를 제작·활용했다”며 “A씨의 평가점수는 부서장·동료들의 평판에 의해 평가됐고, A씨가 수행했던 스케일링사업 자체가 축소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비정규 노동자 해고하려 혈세로 변호사 선임?

A씨는 고양시의 계약만료 조치가 부당하다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를 거쳐 지난해 5월 중앙노동위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다. 중앙노동위도 경기지노위와 마찬가지로 A씨 계약만료를 ‘부당해고’라고 판정했다. 중앙노동위는 “A씨에게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됨에도 고양시가 객관적이고 합리적 이유 없이 A씨의 정규직 전환을 거부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A씨를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기간에 정상적으로 근로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A씨는 경기지노위 판정 이후 무기계약직 신분으로 보건소에 복귀했다. A씨는 “치과위생사가 아닌 민원 접수실로 배정됐지만 큰 불만은 없다”고 말했다.

A씨는 이것으로 분쟁이 일단락되는 줄 알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고양시가 중앙노동위 판정에 불복해 지난해 8월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노조는 “2월 초쯤 재판이 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인수 노조 조직국장은 “고양시가 변호사들까지 선임해서 한 달 벌어먹고 사는 기간제 노동자들을 해고하려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며 “기간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정부 방침이나 사회적 분위기상 비정규 노동자를 한 명이라도 더 전환해야 하는 판에 노동위 판정으로 정규직이 된 사람마저 자르겠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이날 소송 취지를 묻는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확정되지 않은 판결에 대해 논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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