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양원 전주부시장과 김영만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장이 지난 26일 합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전주시>

최근 택시·카풀 업계와 당정이 참여한 '택시-카풀 상생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기구'에서 택시에 4차 산업기술을 적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택시와 플랫폼 기술을 결합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택시노동자 처우는 1990년대에 멈춰 있다.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전북지회장인 김재주씨가 전주시청 앞 조명탑에서 510일간 고공농성을 하면서 요구한 것은 "1997년 법제화된 택시 전액관리제 준수"였다.

20년 넘게 지켜지지 않는 전액관리제

28일 택시노동계에 따르면 법인택시 노동자 10명 중 9명은 일정 수입금을 회사에 납부하고 초과 운송수입금은 자신이 가져가는 사납금제를 적용받고 있다. 사납금제는 장시간 노동을 유도하는 전근대적인 노무관리 방식이다. 97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이 개정되면서 사업주는 운송수입금 전액을 종사자로부터 납부받아야 한다. 사납금제가 불법이 되고 전액관리제가 도입된 것이다.

하지만 사업주들은 이름만 바꾸는 방식으로 지금도 사납금제를 편법으로 운영하고 있다. 2007년 대법원이 "여객자동차법은 운송수입금 전액을 회사에 납부하도록 규정했을 뿐"이라며 "배분 등 근로조건에 관해서는 노사 간 자율적 합의로 결정하면 된다"고 판시한 것이 지렛대가 됐다.

김성재 민주택시노조 정책국장은 "여객자동차법에서 전액관리제 준수의무를 사업자와 종사자 모두에게 부여하고 있어 불법 사납금제를 고발해도 노동자에게 피해가 돌아온다"고 말했다. 전액관리제를 지키지 않은 사업주에게는 500만원, 종사자에게는 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예컨대 100명을 고용한 사업장은 사업주가 500만원만 내면 되지만 노동자들은 10배가 넘는 5천만원의 과태료를 부담해야 한다. 서울시의 경우 최근 5년간 택시 전액관리제 위반신고가 단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는데, 이런 과태료 부과체계와 무관하지 않다.

월급제 징검다리인 전액관리제가 시행되면 택시노동자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지만 그만큼 수입도 줄어든다. 일부 택시노동자들이 반발하는 배경이다. 지난 26일 타결된 전주시와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의 합의가 전국에 확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택시지부는 합의 과정에서 전액관리제 적용 대상을 당초 ‘모든 운수종사자’에서 ‘원하는 택시노동자’로 한발 물러섰다.

택시노동자 처우, 기술로 개선할 수 있을까

택시업계에서 사납금제가 보편화한 것은 현금을 주고받던 당시에 택시 운송수입금을 집계하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데 시대가 달라졌다. 서울시는 “택시 승객의 80%가 현금 대신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통합형 디지털운행기록계(요금미터기와 디지털운행기록계가 더해진 형태)를 통해 요금정보와 운행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한다. 택시 기사가 벌어들이는 하루 운송수입금이 투명해져 전액관리제 시행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애플리케이션 미터기까지 등장했다. 카카오블랙이나 우버택시에 부착된 앱미터기는 1926년 9월부터 90년간 사용한 지금의 기계식 미터기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앱 미터기를 사용하면 인원할증이나 출근시 한정 합승, 승객이 많은 시간대와 적은 시간대에 각각 적용하는 탄력요금제가 가능하다. 택시 운송수입금 관리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

사회적 대타협기구는 다음달 11일 3차 회의를 열어 택시와 플랫폼 기술을 결합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택시노동계는 "사회적 대타협기구에서 택시노동자 처우개선 의제와 함께 불법 사납금 완전 금지를 위한 논의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걸맞은 택시노동자 처우개선 방안이 마련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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