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가 좋으면 뭐합니까? 학교들이 꼼수를 부릴 것까지 생각하고 여러 방향에서 검토를 해 이뤄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당장 생계가 어려워 하루하루 피가 말라 갑니다. 탁상행정만 하지 마세요.”

대량해고에 반대해 대학강사들이 만든 네트워크 ‘분노의 강사들’이 강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담긴 하소연이다. 대학 시간강사 처우개선을 담은 고등교육법 개정안(일명 강사법)을 빌미로 여러 대학에서 시간강사들의 대량해고가 이뤄지고 있다는 아우성이 높다.

‘분노의 강사들’과 한국비정규교수노조를 비롯한 대학강사 단체들이 24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사 해고사례 등을 담은 ‘시간강사 대량해고 및 학습권 피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는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강사 20여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대학에서 강사를 줄이기 위해 각종 편법을 시행했다는 응답이 잇따랐다. 시간강사 강의를 전임교수들에게 주거나, 세 명의 강사가 하던 강의를 강사 한 명에게 몰아주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외국인 강사는 강사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한국인 강사를 해고한 뒤 외국인에게 강의를 시키는 대학도 있었다.

이들 단체는 “강사 대량해고는 학생들의 학습권 피해로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강사를 줄인 공백을 채우기 위해 많은 과목이 축소되고 대형강의·온라인강의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교양과목 87개를 폐강하고 졸업 이수학점을 100학점으로 축소한 연세대, 외국인 학생들은 저항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외국인 전용 교양과목 10여개를 폐강한 경기대 사례를 제시했다. 배화여대는 2년제 졸업이수 학점이 80학점에서 75학점으로 줄었다. 수강 정원을 20명에서 40명으로 늘리거나, 수업주간을 16주에서 15주로 줄인 학교도 있었다.

이들 단체는 “교육부와 청와대는 시간강사 대량해고 사태와 대학 당국들의 구조조정을 방관하지 마라”며 “대학강사 고용안정 대책을 내놓아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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