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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현대제철에 사내하청 노동자 차별시정 권고복리후생·차량출입·사물함 제공에서 차별 … "원청이 협력업체 적정 도급비 보장해야"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A제철소 사내하청 노동자는 원청노동자와 같은 공장, 같은 공정에서 일한다. 그런데 원청노동자는 할 수 있지만 하청노동자는 해선 안 되는 일이 많다. 사업장에 차량을 가지고 출근하면 하청노동자는 공장 입구에서 가로막힌다. 원청이 하청노동자 자가차량 출입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목욕탕 탈의실에 비치된 개인사물함 같은 비품 사용도 불가하다. 명절귀향비·체력단련비·경조사비와 자녀교육비·의료비·차량구입 지원 같은 복리후생 차별은 심각했다.

하청노동자는 차 끌고 회사 오지 마

23일 국가인권위원회가 "A제철소에 하청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원청노동자와 달리 취급하지 마라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권고에는 복리후생비 같은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고용노동부 '사내하도급근로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에 따라 적정 도급비를 보장하라는 내용도 들어 있다. 문제의 A제철소는 현대제철, 진정인은 현대제철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만든 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다.

지회 노동자들은 2017년 인권위를 찾아 차별을 시정해 달라는 진정서를 냈다. 인권위 조사에서 현대제철은 “사내하도급 노동자들은 도급계약을 맺은 협력업체에 소속돼 해당 협력업체의 작업지시와 근태관리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이들의 근로조건은 협력업체가 스스로 결정한 것으로 우리가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원청노동자는 숙련성이 요구되는 핵심공정에서 일하고 하청노동자는 단순반복적 성격을 가진 비핵심공정 업무를 수행한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차량 출입 제한은 주차장이 비좁아서 그랬고, 탈의실 비품 문제는 원청이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고 했다.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이 진행 중이니 인권위가 사건을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제철 하청노동자들은 원청이 자신들을 불법파견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순천공장 노동자들은 2016년 1심에서 "전원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받고 항소심 중이고, 당진공장 노동자들이 같은해 제기한 소송은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현대제철이 인권위 권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차별시정 판단은 근로자지위확인 소송과 별개

인권위 조사 결과는 판결과 맥락이 같았다. 인권위는 하청노동자가 원청 사업장에서 원청노동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을 이뤄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조사 과정에서 나온 증거를 인용해 인권위가 판단한 결과에 따르면 A제철소는 협력업체들과 사실상 협의를 하며 하청노동자 작업방식이나 근태관리, 처우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현대제철이 하청노동자나 그들이 가입한 지회 동향을 파악하고 집단행동 발생·우려시 복무관리와 대응방안을 각 협력업체들에 전달했다. 소송과 별개로 인권위가 차별판단 비교대상으로 볼 수 있다고 본 근거다. 인권위는 소송과 관련해 "(하청노동자) 진정은 불법파견 여부 같은 쟁점과는 별개로 사내하도급 근로자라는 현재 지위에서 받고 있는 복리후생 등의 차별을 시정해 달라는 취지"라며 "차별행위인지 여부는 소송과 상관없이 판단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김송아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사업국장은 "사내하도급은 고용주와 사용주가 다르기 때문에 차별의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게 인권위 처음 입장이었는데 바뀐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원·하청 간 직접 차별 문제를 해결하라거나 원청이 사용자로서 교섭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표기하지 않은 건 아쉽다"고 말했다.

연윤정·배혜정 기자

연윤정  yjyo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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