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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역사박물관, 노동자의 힘으로 ①] 노동자역사박물관이 필요한 이유양돌규 노동자역사 한내 운영위원

한국 최초 노동역사박물관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노동역사박물관은 경기도 고양시에 자리를 잡을 예정이다. 현재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부운동을 펼치고 있다. 기부운동은 노동운동 기록을 보전·전산화하고 노동조합사와 투쟁백서를 편찬하는 ㈔노동자역사 한내가 중심이 돼 이끌고 있다. 양돌규 노동자역사 한내 운영위원이 노동역사박물관을 설립해야 하는 이유와 노동자 참여를 요청하는 글을 보내왔다. 세 차례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양돌규 노동자역사 한내 운영위원


인류 최초의 파업은 언제였을까요? 지금으로부터 3천여년 전인 람세스 3세 때였다고 합니다. 체불임금을 지불하라고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던 이집트 노동자들이 주인공입니다. 그들은 파라오 무덤의 건설과 단장을 담당하던 건축가·석공·목수·금속 세공사 등 전문 장인이었습니다.

3천년 전 파업 기록

파업 노동자들은 감시탑을 지나며 행진했고 신전 안에서 연좌농성을 벌였습니다. 현장 감독들은 파업 노동자들을 어르기도 하고 달래기도 했습니다. 파업 기간 무덤은 조금도 만들어지지 않았고 마침내 ‘사용자’는 급여 일부를 내줬습니다.

우린 이런 사실을 어떻게 아는 걸까요? 당시 파업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토리노 파업 파피루스’로 불리는 이 기록은 이탈리아 토리노의 이집트 박물관에 소장돼 있습니다.

이렇게 ‘기록된’ 노동자들의 ‘투쟁’은 몇 천 년이 지나도 사람들의 기억에 남습니다. 하지만 역사는 ‘힘 있는 자들의 역사’라는 말이 있듯이 노동자처럼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에 관한 기록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어쩌면 역사는 아직도 ‘승리한 자들의 역사’인지도 모릅니다.

각국의 노동자들은 조금씩 권리를 쟁취해 가면서 동시에 그것을 기억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세계의 노동박물관·기록관을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시아 최초 노동박물관, 태국

태국 수도 방콕에는 아시아 최초의 노동박물관인 태국 노동박물관이 있습니다. 이 박물관은 역사 속에 묻히고 실종된 노동자의 역사를 복원하고 기록과 자료의 수집·정리·보존, 노동자 교육 등을 하기 위한 종합 공간으로 1993년 문을 열었습니다. 박물관 전시물 중에는 콰이강의 다리 등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추진한 이른바 ‘죽음의 철도’ 건설에 동원된 노동자들의 고난과 고통에 대한 사진과 디오라마도 있습니다. 또 93년 188명이 사망하고 469명이 부상을 입었던 케이더 인형공장 화재참사 사건 전시물도 있습니다. 기업주가 노동자들이 인형을 훔쳐가는 것을 방지한다며 문을 밖에서 잠갔던 사건으로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의 유래이기도 합니다.

100년 전통, 일본 오하라사회문제연구소

일본 도쿄에는 호세이대학 부설 오하라사회문제연구소가 있습니다. 구라시키방적을 경영하던 대부호 오하라 마고사부로의 후원으로 1919년 설립됐으니 올해로 100년이 됩니다. 오하라사회문제연구소는 20년대부터 매년 일본노동연감·일본사회사업연감을 편찬했는데, 이를 위해 당시 노동조합·농민조합·정당·사회단체의 기관지를 빠트리지 않고 수집했습니다. 또 노동조합이나 단체 또는 개인이 소장한 자료를 일괄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이들 단체의 주요 회의록뿐만 아니라 회원명부·회계부, 심지어 영수증철이나 개인 서한, 재일 조선인 독립운동 자료까지도 확보하고 있습니다.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노동자역사 기록을 수집·보관하는 아카이브와 박물관, 기관 등이 많이 있습니다. 유럽 각국의 노동운동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네덜란드 국제사회사연구소, 노동 관련 기록물을 수집·보존하는 프랑스 노동기록보존센터, 텍사스 미국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텍사스 노동기록관, 미국 남부 노동 아카이브 등이 그것들입니다.

이제 한국도 노동역사박물관을 향한 걸음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90~95년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의 역사기록을 백서로 편찬하면서 첫걸음을 뗐던 노동운동역사자료실을 계승한 노동자역사 한내가 고양시에 기록관과 전시관을 만들기 위해 기부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의 소중한 자료를 보관·관리하고 또 투쟁백서·노동조합사를 편찬하기도 했고 전시회도 여러 차례 해 왔습니다. 20여년의 성과를 딛고 노동역사박물관을 만들기 위한 한 걸음을 내딛겠습니다. 노동조합과 단체들의 기부와 성금도 답지하고 있습니다. 노동자의 힘으로 노동자의 박물관을! 노동자역사 한내가 앞장서겠습니다.

양돌규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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