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석호 전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여영국이 누구야, 하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어디서 들어 본 것 같기는 할 거고요. 그렇습니다. 여영국은 4월3일 치러지는 창원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입니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여론 흐름은 매우 좋습니다. 자유한국당 후보와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데, 격차가 점점 좁혀지고 있네요. 쿠키뉴스 의뢰로 조원씨앤아이가 지난달 1일부터 3일까지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는 강기윤 자유한국당 후보가 36.3%, 여영국 정의당 후보가 24.8%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중당 후보는 합쳐서 19.3%였고요. 그런데 이달 2일부터 3일까지 윈지코리아컨설팅이 한 자체 여론조사에서는 강기윤이 26.1% 여영국이 20.7%였습니다. 5%포인트대로 좁혀졌지요. 여기는 진보진영 후보단일화 여론도 물었는데 여영국이 23.9%로 가장 높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중당 후보로의 단일화는 16.8%와 15%에 그쳤습니다. 두 여론조사전문기관 결과는 이미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흐름을 볼 때 여영국으로 단일화하면 자유한국당을 무난하게 꺾을 겁니다. 대승적 차원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민중당의 결단이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 봅니다.

이미 더불어민주당은 고민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우상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창원성산 지역구를 정의당에 양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이해찬 대표는 “창원성산 보궐선거에서 단일화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했는데요. 4월3일 보궐선거는 창원성산과 통영고성 두 곳에서 치러지는데, 모두 경남입니다. 자유한국당이 둘 다 이기면 기세등등 덤벼들 게 뻔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이 당겨질 수도 있습니다. 역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진보진영이 둘 다 이기면 자유한국당 결집력이 약해질 거고요.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힘만으로는 두 곳 모두에서 자유한국당을 꺾을 수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윈지코리아컨설팅 자체 여론조사(1월6일 조사)에 의하면  통영고성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후보가 1%포인트 접전을 벌이고 있는데, 창원성산에서 자유한국당의 기를 꺾지 못하면 통영고성도 장담할 수 없겠지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nesdc.go.kr 참조.)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맞습니다. 애석하게도 창원성산은 노회찬 전 정의당 원내대표의 비통한 죽음으로 맞는 선거입니다. 수많은 국민이 슬퍼했고, 장례식장을 찾아 애도했습니다. 세브란스병원 역사상 가장 많은 조문객이 들었다고 하지요. 진보정당 씨앗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택한 참으로 아까운 정치인 노회찬. 그렇기에 국회의원 1석을 떠나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선거가 됐습니다.

여영국과 자유한국당의 양강구도에는 노회찬의 찬란한 빛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부정할 수 없지요. 그럼에도 여영국 자신의 실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여영국은 경남도의회 의원이었습니다. 재선 도의원을 지냈죠. 의정활동을 하면서 ‘자영업자 그들의 빛과 그림자’라는 부제를 단 <상남동 사람들>이라는 책을 썼고, 상인과 주민들에게 호평을 받았지요. 무상교육을 반대했던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에 맞서며 지역여론을 만들었고요. 여기까지가 언론에서도 잘 아는 여영국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더 있습니다. 특히 이 칼럼이 실리는 <매일노동뉴스>의 주요 독자층인 노동자들이 꼭 알아야 할 여영국이 있습니다. 여영국은 현장 출신 노동운동가였지요. 노동운동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감옥 가던 시절부터 잔뼈가 굵은 노동운동가였습니다. 노동운동의 산 역사인 통일중공업 노조민주화투쟁 과정에서 첫 구속이 됐고요. 1986년이니까, 87년 대투쟁 이전이었지요. 여영국은 합쳐서 두 번 수배되고 세 번 구속됐습니다. 89년 효성과 금성사 투쟁, 2001년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투쟁 등이었습니다.

노동자들이 화염병 들고 방어하지 않으면 대의원대회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군사독재 시대고 권위주의정권 시대였지요. 그때 여영국은 마산창원지역 노동자 선봉대 책임자였습니다. 이른바 야전사령관이었지요. 무용담이 참 많던 시대였습니다. 싸움이 끝날 때마다 술자리 무용담이 넘쳐났고요. 사실 대다수 노동운동가들은 선봉대 역할을 꺼렸지요. 아무리 깡다구 넘쳐도 최루탄 쏘며 쇠파이프 휘두르는 군사정권의 전투경찰부대에 맞서 피투성이가 되는 일은 오줌 찔끔거릴 정도로 무척 겁나는 일이었으니까요. 여영국은 꿋꿋하게 자임했습니다. 그렇게 민주화에 벽돌을 쌓으며 금속산업연맹(현 금속노조) 조직국장까지 역할을 했습니다. 그랬던 여영국은 진보정치시대를 맞이해 노회찬과 함께 길을 걸었던 것입니다.

한국은 혈연·지연·학연사회라서 서너 다리 걸치면 국민 전체가 연결된다는데 지인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선거운동자금에 십시일반 보태고, 또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전국 곳곳에서 모이는 여영국 자원봉사 물결로 창원성산이 넘실대도록 해 보면 어떨까요. 한국 사회 진일보를 위해, 감히 그러나 당당하게 요청합니다. 정파와 정견을 떠나 여영국이 당선되도록 힘껏 응원하고 지원해 주십시오.

전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jshan896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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