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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영리병원 개설, 무엇이 문제인가

제주특별자치도가 영리병원이라는 판도라 상자를 열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달 5일 제주도민 공론조사 결과를 뒤집고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가했다. 녹지국제영리병원 관련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는 지난해 10월4일 제주도에 영리병원 개설을 불허하라고 권고했다. 개설을 허가하면 안 된다고 선택한 비율이 58.9%로 개설 허가 의견보다 20%포인트 높았다. 제주도는 ‘외국인에 한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영리병원 도입의 물길을 터 줬다는 점에서 보건의료계는 물론 시민사회 여론이 들끓고 있다. 여기에 국내 의료네트워크가 외국자본 탈을 쓰고 영리병원을 설립했다는 국내자본 우회투자 의혹까지 짙어지고 있다. 제주도의 영리병원 개설 허가, 어떤 문제가 있을까.

국내 의료진이 중국자본 탈을 쓰고 만든 영리병원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보건복지부와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 원본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수백 쪽에 달한다는 원본을 본 사람조차 없다. 복지부 장관부터 제주도지사도 8쪽짜리 요약본만 봤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제주도에서 영리병원을 개설하려면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과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에 따라야 한다. 해당 조례는 “사업시행자가 유사사업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녹지국제병원에 100% 지분을 투자한 녹지그룹은 부동산투기 회사로 병원사업 경험이 없다.
2015년 녹지그룹은 중국의 BCC와 일본 IDEA(이데아)가 지분을 일부 참여한 사업계획서를 냈다가 국내자본 우회투자라는 지적으로 철회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개설 허가를 받은 사업계획서에도 중국 BCC와 일본 이데아가 업무협약을 맺고 환자 유인알선부터 시술, 사후관리까지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BCC와 일본 이데아는 국내 성형외과 원장이 직접적으로 관련된 의료네트워크다. 과거 국내자본 우회투자 의혹을 받았던 기업들이 여전히 개입해 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될 것 같으니 사업계획서 원본을 꽁꽁 숨겨 두고 공개를 안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녹지국제병원은 국내 의료진이 중국 자본을 등에 업고 추진하는 영리병원인 셈이다. 녹지국제병원이 문을 열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국회 영리병원 의혹 철저히 조사하라
양연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제주지역지부장

양연준 공공운수노조 제주지역지부장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은 병원 설립 과정부터가 불법이다. 녹지그룹은 미래의료재단과 불법적인 방식으로 녹지국제병원 개원을 준비해 왔다. 미래의료재단은 도민운동본부의 우회투자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면서 녹지국제병원과 병원 경영컨설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미래의료재단이 우회투자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가 말한 컨설팅도 불법이다. 현행법에 의하면 의료재단은 컨설팅을 할 수 없다. 이미 도민운동본부는 미래의료재단이 발표한 녹지국제병원 컨설팅이 불법임을 보건복지부와 강남구 보건소에 공식질의해 회신을 받고, 이를 세상에 공개한 바 있다. 미래의료재단이 불법 우회투자를 했는지, 불법컨설팅을 했는지, 아니면 불법을 둘 다 했는지 조사가 필요하다.
1호 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 문제에 국민적 공분이 높다. 정부와 국회는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 미공개와 미래의료재단의 불법에 대해 한 점 의혹도 남기지 말고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이번 녹지국제병원 사태를 통해 영리병원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확인됐다. 국회는 당장 법적근거가 되는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경제자유구역법)과 제주특별법 중 영리병원 허용조항을 삭제해야 한다. 국민이 더 이상 영리병원 때문에 불안하지 않도록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고, 독소조항인 영리병원 허용조항을 법에서 삭제하라.


녹지국제병원 개원 전 판도라 상자 닫아야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기획실장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기획실장

제주 영리병원 개원 허가는 상식적으로나 법적으로나 타당성이 없다. 우선 지금껏 여론조사 결과 단 한 번도 영리병원 찬성이 반대보다 높았던 적이 없다. 공론화조사위원회 표결 결과도 6대 4로 반대가 높았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런 여론과 숙의형 결정을 뒤집었다.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직권남용이다.
여기에다 녹지국제병원 사업시행자인 녹지그룹은 병원사업 경험이 없다. 국내자본의 우회투자 의혹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더군다나 가압류 상태에 있는 녹지국제병원을 허가했다. 모두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와 의료법에 저촉된다.
보건의료노조가 “우리나라에 단 하나의 영리병원도 허용할 수 없다”며 조직의 명운을 건 투쟁에 나선 이유는 녹지국제병원이 비록 47개 병상밖에 안 되지만 제주 영리병원이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파괴적 재앙으로 내모는 판도라의 상자이기 때문이다. 내국인 진료를 금지하는 조건으로 영리병원 개설을 허가했지만, 진료 거부를 금지한 국내법(의료법 15조)에 위반되므로 결국 내국인 진료가 허용되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영리병원이 전국적으로 확산돼 돈벌이를 위해 민영의료상품을 개발하고, 과잉진료를 하고, 의사를 통제하고, 비용절감을 위해 임금과 고용·노동조건을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 것이다. 아직 기회는 있다. 녹지국제병원이 개원하기 전에 원희룡 도지사와 문재인 정부는 판도라의 상자를 닫아야 한다.


영리병원 설립은 재앙이다
김혜림 의료노련 정책국장

김혜림 의료노련 정책국장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의료민영화’ 논란의 중심에 있다. 영리병원 설립의 가장 큰 문제는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무너지고 의료비가 폭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고급 영리병원으로 설립되면 부자들은 이 병원으로 몰리게 된다. 이런 현상은 다른 병원들의 ‘비급여진료’ 확대로 이어지고, 의료비 증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생명도 상품이 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서민에게 의료민영화는 재앙인 셈이다.
제주도 영리병원을 시작으로 다른 경제자유구역의 허가요청이 물밀 듯이 밀려올 우려도 크다. 전국적으로 의료 민영화의 초석을 놓는 것은 분명하다. 더 큰 문제는 건강보험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 질이 낮아져 가입자들이 이탈하게 된다는 것이다. 의료민영화 확산으로 병원노동자 삶의 질도 하락하게 되고 병원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저임금·비정규직을 늘리게 된다. 의료 질은 한순간에 추락하게 될 것이다.
의료노련은 물론 많은 시민단체가 영리병원 설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손해배상 문제로 의료를 민영화한다는 원희룡 도지사 판단은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일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녹지국제병원 철회와 폐원만이 의료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유일한 해법임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영리병원, 국민 입장에서 불필요한 병원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

영리병원은 수익을 내기 위해 진료활동을 한다. 투자자에게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의료법인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건강보험을 위주로 한 공공의료 관점에서 보기에는 영리병원이 반드시 필요한 병원이라고 보기 어렵다. 국민에게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 크다.
영리병원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속하지 않은 병원이기 때문에 그렇다. 정부에서 비용과 진료행위를 통제할 권한이 전혀 없다. 영리병원에서 결정하는 진료패턴과 진료비에 따라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국민 입장에서 보기에는 기존 건강보험 체계 안에 있는 당연지정제 병원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고비용을 부담하면서 의료 질은 담보되지 않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다.

편집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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