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정책을 시행 뒤 정규직 전환은커녕 되레 일자리를 잃게 됐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공공기관들이 비정규 노동자를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계약해지를 단행하고 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의 기간제한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경력직 기간제 노동자의 재고용을 꺼린다는 것이다.

“매년 재계약하며 3년 넘게 일했는데…”

지난해 말까지 인천시교육청이 운영하는 한 도서관에서 개관시간 야간연장 기간제 노동자로 일했던 A씨도 마찬가지 상황에 처했다. 13일 A씨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까지 매년 1년 단위 근로계약서를 쓰고 별도 채용 절차 없이 재고용됐다. 그렇게 3년 넘게 같은 도서관에서 같은 업무를 했다.

지난해 말부터 상황이 돌변했다. 지난해 말께 도서관 관리자에게 “2019년엔 공개채용을 통해 고용하는데, 기존 경력자들은 공개채용에 응해도 채용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A씨는 “이후 관리자는 경력자를 꼭 배제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말을 번복했지만 정황상 믿기 어려웠다”며 “실제 채용에 응한 동료 기간제 노동자는 6년 이상 일했음에도 이번 채용에서는 탈락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공개채용을 거부했다.

A씨는 도서관이 기간제 노동자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피하기 위해 경력직 전환을 꺼리고 있다고 봤다. 올해부터 도서관 개관시간 연장사업은 지난해까지 적용되던 정부 재정지원 직접일자리사업에서 제외됐다. 정부 직접일자리사업은 기간제법의 기간제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A씨는 “해당 사업이 직접일자리사업에서 제외되면서 인천시교육청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할까 봐 우려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실제 인천시교육청은 <매일노동뉴스>에 “올해부터는 해당 사업이 정부 직접일자리사업 적용에서 제외된다”며 “아무래도 비정규 노동자 고용과 관련해 이 같은 변화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 편파적 전환심사로 비극”

A씨는 인천시교육청이 도서관 기간제 노동자를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고용노동부는 2017년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뒤 같은해 9월 교육청 산하 도서관 기간제를 정규직 전환 심의 대상에 포함하라는 지침을 추가로 내려보냈다. 그런데 인천시교육청은 지난해 1월 열린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에서 산하 8개 도서관에서 일하는 개관시간 야간연장 기간제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시 심의위원으로 참여했던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측은 심의위 구성 자체가 교육청 쪽에 편파적이었다고 주장했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관계자는 “당시 심의위원 10명 중 노조쪽 관계자는 2명에 그쳐 공정성에 의문이 큰 상황이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교육청이 표결을 강행해 도서관 기간제 노동자뿐 아니라 스포츠강사를 비롯한 다수 직종을 무기계약 전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노동자 당사자들의 의견청취를 위해 도서관 기간제 노동자들에게 2017년 11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심의위 회의 참석을 요청했지만 두 차례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심의위 회의에 참석하라는 이야기는 전혀 전달받지 못했다”며 “개관연장 노동자들은 최장 10년까지 근무한 상시·지속업무 노동자고, 정부 가이드라인은 상시·지속업무 노동자는 정규직 전환 대상인 만큼 정부 정책 취지에 맞게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시행하면서 정규직 전환은커녕 오히려 일자리를 잃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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