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서울지하철 9호선 노동자들이 파업 채비를 하고 있다. 다단계 하청 운영구조 청산과 지하철 9호선 정상화가 쟁점이다.

서울9호선운영노조(위원장 박기범)는 10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파업출정식을 열고 “2017년 첫 파업이 종료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9호선은 아직도 지옥철이고, 노동자들은 건강 위협 속에 정든 일터를 떠났다”며 “지하철 9호선 다단계 하청구조를 청산하지 않는다면 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날 출정식에는 조합원 300여명이 참석했다.

노조는 지난해 11월 2019년 임금·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사측이 나서지 않자 지난달 5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임금 10% 인상과 성과배분을 요구안으로 내걸었지만 핵심은 다단계 하청구조 철폐다. 서울지노위 조정으로 14일까지 자율교섭을 한다는 조건으로 쟁의조정 신청을 취하했다. 노조는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했다. 전체 조합원 468명 중 443명이 투표에 참여해 416명(88.89%)이 찬성했다. 노조는 20일께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임단협 승리를 넘어 서울지하철 9호선 정상화”

박기범 위원장은 “파업으로 임단투 승리를 넘어 9호선 정상화를 이루자”고 말했다. 노조는 다단계 하청 구조 폐지를 정상화로 일컬었다. 서울지하철 가운데 9호선 1단계(개화~신논현) 구간은 유일하게 민간회사가 운영하고 있다. 서울지하철 9호선은 주무관청이 서울시고 사업시행사가 서울시메트로9호선주식회사다. 시행사는 서울9호선운영주식회사에 운영을 맡겼다. 그런데 운영사는 유지·보수와 청소업무를 메인트란스에 넘겼고 메인트란스는 또다시 청소업무와 정비업무를 용역업체들에 재위탁했다. 노조는 운영사가 다단계 하청구조를 통해 낸 수익을 인력충원과 안전문제 개선에 재투자하지 않고 제 배만 불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운영사인 서울9호선운영주식회사는 프랑스자본이 소유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서울지하철 9호선의 경우 승무 인력만 봐도 다른 호선의 60%로 돌아가고 있다”며 “근무가 빠듯하게 짜이다 보니 기관사들이 쉽게 피로를 느끼고 이직도 많아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숙련도 있는 직원이 빠져나가면 사고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며 “운영사가 수익을 안전에 재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승권 노조 기술부위원장도 “1년 전 파업 종료 뒤 많은 직원들은 문제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10년이 지난 불안하고 노후화된 장비들을 그대로 두고 직원들의 업무는 점점 늘어가고 있다”며 “프랑스 운영사가 지난해 40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해 허탈감과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운영사 계약해지하고 직영화해야”

노동자들은 운영사와 맺은 계약을 해지하라고 요구했다. 서울시는 시행사와 2009년부터 2039년까지 기간으로 계약했다. 시행사는 운영사에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운영을 위탁했다. 계약한 지 5년이 된 지난해 10월부터 계약갱신을 위한 기본관리운영수수료와 계약조건 조정을 하고 있지만, 아직 합의를 하지 못했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는 서울시가 현 운영사와 맺은 계약을 해지한 뒤 시행사에 직접 운영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승권 부위원장은 “현 운영사는 시민의 안전과 노동자의 근무환경보다 이익추구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운영사 계약해지를 통해 다단계 위탁구조를 바로잡고 그렇게 절감한 비용으로 안전을 위한 인력충원 등 노동환경 개선에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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