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노조 지침을 따랐다는 이유로 수년간 직장 안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고 승진과 연장근로에서도 열외됐다. 너무 괴로워서 자동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LG하우시스 청주 옥산공장 노동자가 기자회견을 열고 고통을 호소했는데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직장내 괴롭힘이 사실로 확인됐다. 노동부는 LG하우시스 사용자에게 "노조활동으로 인한 불이익이나 일체의 지배·개입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부당노동행위 예방 프로그램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최고경영자 무관심·방조 아래 집단적 따돌림"

10일 <매일노동뉴스>가 청주노동인권센터를 통해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청주지청 'LG하우시스 옥산공장 수시감독 결과 보고(2018. 12. 26)'를 입수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LG하우시스 타일마루생산팀에서 관리자들은 업무상 지위 또는 관계를 이용해 업무의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노동자에게 신체적·정신적·정서적 고통을 주거나 업무환경을 악화시켰다. 청주지청은 "특정 노동자에 대한 승급 기회를 주지 않고 연장근로를 배제하거나 연차휴가를 사용하면 증빙자료를 요구하는 등의 업무적·신분적 괴롭힘에 해당하는 행위는 물론 근태관리 권한이나 전환배치 과정에서도 일부 권한을 남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따돌림과 후배들의 하대행위, 식사 같이 안 하기, 경조사 참여 제한, 사적 모임 가입과 활동 강요 같은 집단 따돌림과 군대식 서열문화로 갈등을 부추긴 사실도 적발했다. 청주지청은 "한번 입사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생산부서에서 계속 일해야 하는 조직의 폐쇄성과 열악한 근무환경이 직장내 따돌림을 조직문화로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주목할 지점은 청주지청이 "일부 관리자급에 의해 발생한 건전하지 못한 조직문화가 현재에 이른 것은 공장 총괄책임자·본사 관리책임자·최고경영자의 무관심 또는 방조가 어느 정도 기인했다”며 사용자의 책임을 인정한 부분이다.

“후배들 무시하고 폭행” 피해자 목숨 끊기도

이번 사건은 지난해 10월 LG하우시스 청주옥산공장 노동자 강아무개(32)씨 등 6명이 청주인권센터와 함께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년간 직장 괴롭힘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들은 "노조 지침으로 조끼를 입고 리본을 패용했다는 이유로 부서 팀장이 왕따를 지시했다"며 "어린 후배들이 야식시간에 와서 욕설을 하며 발로 차고, 신입사원까지 '너 같은 건 선배로 인정 안 한다'며 폭언하고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LG하우시스는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군대식 문화가 존재하지만 집단 따돌림은 없었으며 최근 회사 조직문화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직원 80%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이유를 댔다. 그러나 강씨처럼 집단 따돌림을 겪다가 지난해 4월 자살한 같은 부서 노동자의 유족이 추가 피해를 폭로하며 직장내 괴롭힘 의혹은 거세졌다. 청주지청이 근로감독에 나선 배경이다.

이번 근로감독 결과 직장내 괴롭힘 사실이 드러나고 사용자 책임이 인정됐지만 행정조치는 '개선권고'에 그쳤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올해 7월부터 시행되는 탓에 LG하우시스 집단 따돌림을 현행법 위반으로 제재하지 못했다.

청주지청은 "괴롭힘 가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규정이 없다"며 사측에 부당노동행위 예방과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라고 주문했다. 구체적 조치로는 △부당노동행위 예방 프로그램 실시 △개별 노동자와 소통구조 마련 △형평성 있는 인력 재배치 △인사·생활상 불이익 방지제도 구축 △적절한 제재와 재발방지 방안 마련 △공정성·투명성·객관성이 담보되는 기구 마련을 제시했다.

센터는 "노사가 직장 괴롭힘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재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회사는 가해자를 엄중하게 조치하고 피해노동자 회복과 재발방지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포함한 종합적인 대책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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