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강릉선 KTX 탈선과 오송역 단전사고를 포함해 최근 철도에서 12건의 사고·장애가 잇따라 발생했다. 국토교통부는 사고·장애가 대부분 인적과실로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책임자 처벌 강화와 과징금 처분대상을 확대하는 대책을 내놨다. 현장에서 일하는 철도노동자들은 “처벌 중심 안전대책이 철도 사고 반복을 불러왔다”며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강릉선 선로전환기 고장이 왜 탈선까지 갔나

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KTX 탈선 등 반복되는 철도사고 근본원인과 해결책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강철 철도노조 위원장이 발제를 했다. 토론회는 안호영·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영일 민주평화당 의원·고속철도하나로운동본부가 주최했다.

강 위원장은 “사고가 날 때마다 안전불감증과 기강해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며 “아무리 집중해 열심히 일해도 사고는 발생하기 때문에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사람보다는 시스템에 기반을 둔 안전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철도 안전을 위한 대안으로 △상하(기반시설-운송사업) 통합으로 안전관리 일원화 △철도산업발전기본계획 공공적 수립 △철도안전정책 개선 및 안전문화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 △생명·안전업무 직접고용을 제안했다.

강 위원장은 “철도는 선로·차량·인력 등 다양한 여러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작동하는 네트워크산업으로 기술적 통일성과 경영상 통일성을 갖춰야 한다”며 “비용·효율보다는 안전에 기반을 두고 코레일 비상대응 매뉴얼 교육이 통합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생명·안전업무를 직접고용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관사인 김용섭 코레일 철도안전위원회 준비위원은 토론에서 “강릉선의 고장 난 선로전환기가 어떻게 탈선까지 초래했는지 분석해야 한다”며 “책임자 추궁 문화와 처벌강화 정책을 버리고 위험 발견시 실질적으로 열차운행 중지가 가능한 안전문화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상하분리 아닌 상하통합이 철도 경쟁력 강화하는 길”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강릉선 KTX 탈선사고를 계기로 안전관리 일원화를 위해 상하통합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진보언론과 노동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반면 완벽한 상하분리가 돼야 오히려 문제가 해결된다는 주장도 보수언론과 일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철도 상하분리는 신설건설·기존선 개량과 유지·보수 등 분리 수준에 따라 대분리·중분리·소분리로 세분화할 수 있다. 지금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신설건설을 맡고, 코레일이 기존선 개량과 유지·보수, 운송사업을 담당하는 소분리 형태다. 이 연구위원은 “1천500명 수준인 철도시설공단 인력 현황을 고려하면 유지·보수까지 담당하는 대분리로 가기 어렵다”며 “완벽한 철도 상하분리가 진행되면 유지·보수 인력 외주위탁이 확대되고 노동조건이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하분리를 확대하는 것보다 상하통합을 통해 철도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박지홍 국토부 철도운영과장은 “정부도 처벌을 강화한다고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며 “정부 대책에 현장 종사자가 안전 불안요인 확인시 열차운행을 중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이에 따른 영업손실에 대해서는 면책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플로어 토론에서 코레일의 자회사 운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재유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장은 “모회사와 자회사의 수직구조에서는 문제가 생겨도 겁이 나서 모회사에 보고하기 어렵다”며 “자회사 구조를 유지한다는 것은 안전문제를 포기한 채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을 늘려 인건비를 착취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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