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가 지난해 하반기 제보받은 교수갑질 사례를 폭로했다. 연구비를 갈취하고 기부금을 강요하고 교수 자녀 학습에 대학원생을 동원했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8일 이 단체에 따르면 대학원생 ㄱ씨 지도교수는 방장 역할을 맡은 선임연구원에게 대학원생들의 연구비 통장을 모아 관리하게 하고, 프로젝트 연구비가 쌓이면 자신의 계좌로 이체하도록 했다. 교수는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연구비를 현금으로 인출해 자신의 통장에 넣게 했다. ㄱ씨는 “교수에게 이체한 돈이 3년 동안 3천50만원”이라며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학교를 떠난 선배가 5년 동안 교수에게 입금한 연구비는 8천만원이 넘는다”고 증언했다.

대학원생을 멋대로 동원한 일도 있었다. 제보자 ㄴ씨는 “교수가 조교직은 못 맡게 하면서 본인이 소속된 학회나 학부 수업에 동원했다”며 “조교처럼 활용해 놓고 관련해서 어떤 보상도 하지 않았으며 ‘지도학생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교수가 대학원생에게 자신의 자녀 대학원 입학 자기소개서를 쓰게 하는 사례나 대학원생에게 폭언·인격 비하를 일삼았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인권단체에 대학원생 인권 문제를 문의했다가 실명이 노출돼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각종 연구과제에서 배제당하고 논문 지도를 거부당했다는 제보도 있었다.

직장갑질119는 “제보된 연구비 갈취나 자녀 숙제 갑질, 교수의 비위 행위는 수십년간 계속돼 왔는데도 학교와 교육당국은 이를 방치했다”며 “대학교수는 진학·학위·진로 등 대학원생의 인생을 결정할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있어 비리 제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대학원생 신원을 보호하면서 익명제보를 받아 기습적인 감사를 하고 무기명 설문조사를 한다면 갑질과 비위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직장갑질119와 공공운수노조 대학원생노조지부는 최근 노동단체·전문가와 함께 직종별 온라인 모임인 대학원생119를 만들었다. 모임에는 밴드(band.us/band/73590805) 가입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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