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가 유성기업 노동자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1년6개월 가까이 늦추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를 규탄했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와 노조파괴 범죄자 유성기업·현대차자본 처벌 한광호 열사 투쟁승리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4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가 죽고 나서야 의견을 표명하겠다는 인권위 태도에 비통함을 금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2017년 6월 전문가들로 조사단을 구성해 ‘유성기업 직원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했다. 2016년 3월 지회 조합원 한광호씨가 노조탄압에 따른 스트레스로 중증 정신질환을 앓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계기가 됐다. 이후에도 노조파괴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는 노동자 호소가 끊이지 않았다. 근로복지공단과 법원은 이들의 정신질환을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연말 두 명의 정신질환에 대해 산재 확정판결을 내렸다.

지회는 수차례 인권위에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요구했다. 지난해 초 인권위는 그해 6월까지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인권위는 그러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달 20일 유성기업에서 28년간 일하고 3개월 전 회사를 그만둔 오아무개(57)씨가 자택에서 목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지회는 당시 인권위를 규탄하는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공표했다. 그러자 인권위가 지회에 연락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회 관계자는 “인권위가 지난달 31일 뒤늦게 지회에 연락해서 유성기업 노동자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대해 일부분을 인용해 의견표명을 하겠다고 알려 왔다”며 “노동자가 죽고 나서야 입장을 표명하겠다는 것으로 인권위는 사과를 한 뒤 실태조사 결과를 조속히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실태조사 결과 발표가 늦어진 것은 담당 조사관이 바뀌고, 회사측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최대한 빨리 결정문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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