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는 지난해 4월 변곡점을 맞았다. 10년 전 출범 이후 줄곧 20명 안팎에 머물던 조합원이 700여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성동구 한 커피숍에서 만난 정기만 노조 제화지부장(53·사진) 은 “조합원이 갑자기 이렇게 많아지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오랜 기간 변하지 않는 노동조건에 항의하며 일손을 놓고 있던 서울 관악구 일대 탠디 5개 하청업체 제화공 90여명이 지부에 집단 가입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제화공들이 노조에 가입도 안 하고 무작정 일손을 놓고 있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제가 20여년간 노조활동을 하면서 외환위기 이전을 제외하고 제화공들이 그렇게 많이 모여서 농성하는 건 처음 봤거든요. 일손을 놓고 막막해하는 그들에게 지부 가입을 권유한 것이 집단 가입으로 이어졌어요.”

그렇게 세를 불린 제화지부는 언론의 관심을 받으며 8년 만에 탠디 제화공 공임 인상을 이뤄 냈고, 여세를 몰아 수제화 메카 성수동으로 진출했다. 지난해 5월 성수동 첫 집회를 시작으로 집회를 할 때마다 제화공들이 지부에 대거 가입했다. 이후 성수동에 있는 300여개 제화업체(지부 추산) 중 26곳이 약 20년 만에 공임을 인상했다. 정기만 지부장은 “당시 제화공들이 개인사업자인 탓에 사용자를 교섭장에 나오게 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는데 고용노동부·지자체의 도움으로 공임 인상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다들 꿈같다고 해요.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하고요. 1인당 한 달에 많게는 70만~80만원 더 버니까, 얼굴 혈색부터가 바뀌는 것 같아요. 한 사람의 힘은 미약하지만 같이 모이니까 바람이 현실이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된 것 같고요.”

공임 인상 이후 최근 미소페 하청업체 한 곳이 공장을 폐쇄하면서 지부엔 또 다른 난제가 생겼다. 정 지부장은 “본사측이 공임 인상을 이유로 일감을 중국으로 모두 보내 버리겠다고 압박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지부는 실직한 제화공의 고용을 원청이 책임질 것을 요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부는 백화점 유통수수료 인하와 신발 원산지 표기 운동도 이어 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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