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유성기업 노동자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하고도 발표를 늦추는 것과 관련해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1일 노동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는 4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연다.

지난달 20일 새벽 지회 조합원으로 활동했던 오아무개(57)씨가 충남 아산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오씨는 1991년 유성기업에 입사해 28년 동안 일했다. 2011년부터 시작된 회사의 노조파괴에 따른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충남노동인권센터에서 진행한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참여하고, 정신건강 상담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들어 결근하는 날이 잦았는데, 같은해 9월 스스로 회사를 그만뒀다. 지회는 “고인 죽음의 원인은 유성기업의 노조파괴와 이를 방조한 공권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2016년 3월에도 한광호 전 지회 조합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벌어졌다. 그는 생전 회사의 노조탄압에 따른 스트레스로 중증 정신질환을 앓았다. 그해 10월 근로복지공단은 한씨의 자살을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고용노동부는 유성기업에 ‘임시건강진단 명령’을 내렸지만 회사는 이행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2017년 6월 지회 진정에 따라 ‘유성기업 직원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나섰다. 그런데 조사를 시작한 지 1년이 훌쩍 넘도록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인권위는 “유성기업의 협조가 원활치 않아 조사가 잠시 중단된 적이 있다”며 “조만간 보고서를 위원회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회는 “인권위가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을 치료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약속만 지켰어도 억울한 죽음은 막을 수 있었다”며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즉각 공개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충남노동인권센터에 따르면 2017년 유성기업 노동자 중 주요 우울 고위험군은 53.4%였다. 국민 평균(5.0%)보다 10배 이상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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