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대형여행사 갑질이 논란이 되면서 관광가이드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기 시작했다.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 가이드연합본부 태국지부가 2017년 7월 설립된 뒤 베트남지부(지난해 8월)·캄보디아지부(지난해 10월)도 잇따라 결성됐다.

정연주(52·사진) 베트남지부장은 “한국 언론에서 관심을 가져 줘서 힘들어도 해 보자는 분위기로 노조를 만들었는데, 피부로 느끼는 변화가 없고 노조활동도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은 노조활동을 허용하지 않는다. 드러내 놓고 노조활동을 하기 어렵다.

국내 대형여행사와 현지여행사의 노조 혐오증도 크다. 노조에 가입한 사실이 드러나 관광객을 배정받지 못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한때 140명이던 조합원이 최근 80명으로 줄어든 배경이다.

동남아국가는 물론 우리나라도 외국인이 관광가이드를 하는 것은 불법으로 간주된다. 노조활동이 위축되는 또 하나의 이유다. 정연주 지부장은 “우리 노조는 한국에서만 인정해 주는 노조일 뿐”이라고 씁쓸해했다.

대형여행사의 저가상품을 떠안은 현지여행사와 가이드들은 수익을 내기 어렵다. 가이드 중 3분의 2는 수익이 최저임금을 밑돈다고 한다. 수익구조가 없으니 노조사무실 비용을 마련하기조차 힘들고 제대로 된 사업을 할 수 없다.

정 지부장은 “가이드들의 기본적인 수익을 보장하고 합법적인 신분을 획득하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대형여행사와 현지여행사가 노조를 인정하고 활동을 보장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국여행사의 갑질을 고쳐 주세요. 그러면 저희가 억지로 쇼핑을 하지 않아도 되는, 정말 좋은 여행을 만들어 드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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