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성과는 뭐니 뭐니 해도 4대 보험 가입이지요.”

중국 영사관에서 일하는 박노명(가명)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 재외공관행정직지부장은 새해부터 노조설립 효과를 느끼고 있다. 전국 183개 해외공관에서 일하는 1천300여명의 행정직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박 지부장은 이름과 직책, 사진 비공개를 요구했다.

재외공관 행정직은 공관장이 고용한 노동자들이다. 월급을 받지만 국내에서는 수익이 잡히지 않는다.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신용카드 발급과 대출도 되지 않았다. 대한민국 국민이면서 대한민국 국민이 누리는 혜택을 받기 어렵다. 게다가 급여는 외교관 주거지원비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3월 노조 재외공관행정직지부가 만들어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지부는 지난달 외교부와 단체협약을 맺었다. 올해부터 4대 보험을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건강검진을 지원받고 출산전후휴가·육아휴직도 쓸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행정직을 대하는 외교부 공무원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노조가 생기기 전에는 갑질이 심했어요. 외교관들이 하는 업무를 행정직들이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불합리한 개인업무 지시도 적지 않습니다. 불이익을 당할까 봐 말도 못했는데, 이제는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외교관들도 조심하는 느낌이 들고요.”

박 지부장은 “노조를 통해 상상하지 못한 높은 분들에게 고충을 전달할 수 있어 대만족”이라고 말했다.

처음 100명이었던 조합원은 300명을 넘어 차츰 늘어나고 있다. 전 세계 각국에 조합원들이 떨어져 있다 보니 총회는 꿈도 못 꾼다. 회의나 의견수렴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나 가능하다.

박 지부장은 "조합원 오프라인 모임을 정부가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나라별·대륙별 모임이나 행정직 역량강화를 위한 모임 같은 것 말이다.

박 지부장은 “행정직원은 재외공관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라며 “재외공관 특성상 특권의식을 가진 영사들이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노조가 감시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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