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철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이유)

대상판결 : 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8두55487 판결


1. 소송 경과

가. 유성기업은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영동지회와 2011년 1월18일부터 같은해 5월4일까지 11차례에 걸쳐 진행한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과 관련한 특별교섭이 결렬되면서 노사 간 분쟁이 발생하자 그해 5월6일 노조파괴로 악명을 떨치게 되는 창조컨설팅과 컨설팅 계약을 체결해 공격적 직장폐쇄, 2노조 설립, 해고 등 징계, 손해배상청구, 노조활동 방해, 고소·고발 등 유성지회 무력화를 위한 일련의 행위를 지속적으로 행하고 있다.1)

나. 유성기업의 노조파괴를 위한 과정에서 유성지회 조합원과 2노조 조합원의 차별, 노-노 갈등 유발, 임금인상 차별, 해고 등 유성지회 조합원에 대한 징계와 고소·고발, 잔업·특근에서의 배제, 단체교섭 거부 등 조합활동 탄압, 감시와 통제 등 탄압과 불이익을 지속했으며, 이러한 급격한 작업환경의 변화와 불이익으로 인해 유성지회 조합원들은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고통에 시달리게 됐다. 실제로 유성지회 조합원들은 우울증 고위험군이 40%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급기야 자살자 2명이 발생하는 한편 유성지회 조합원 9명은 우울증 등으로 업무상재해로 인정받았다.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심각한 조합원들의 정신건강과 관련해 유성기업에 임시건강진단 실시를 명령하기도 했다.

다. 유성기업은 노조파괴 과정에서 발생한 급격한 작업환경의 변화, 차별과 불이익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발생한 조합원의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업무상재해로 계속 승인되면서 노조파괴를 비난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이를 회피하기 위해 유독 유성지회 조합원의 요양승인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2) 법원은 지금까지 유성기업의 주장을 모두 배척해 유성지회 조합원들의 정신질환은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고 판결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조합활동과 관련해 2011년 10월18일 징계해고를, 2013년 10월21일 출근정지 3개월 징계를, 2014년 3월20일 출근정지 3개월 징계를, 2014년 11월24일 출근정지 1개월 징계를 받은 유성기업 영동공장의 육아무개 조합원에 대한 요양승인처분 취소청구와 관련한 사건이다.

2. 유성기업 주장 및 판결 요지

가. 유성기업의 주장 요지

유성기업은 여타 요양승인처분 취소청구 사건과 동일하게 “참가인이 원고 회사에 복귀한 2013년 6월 이후에는 부당노동행위가 이뤄진 사실이 전혀 없는바, 그 이후 상당한 시일이 경과해 발생한 정신질환은 회사 업무와 관련이 없고 오히려 회사와 대립관계로 인해 쟁의단계에 들어간 이후 계속적으로 불법적인 노동조합활동을 함으로써 발생한 것이므로 업무상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했다.

나.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비록 참가인이 스트레스에 다소 취약한 성격을 갖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부당하게 해고당하고 복직한 이후에도 유성지회 조합원들과 관리직 직원들이 대립하면서 지속적으로 겪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이 사건 상병이 유발됐다거나 자연적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됐다고 추단할 수 있다”(1심 판결)고 하거나, “직장폐쇄·해고·복직·재징계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참가인이 겪은 원고로부터의 경제적 압박, 강화된 감시와 통제, 그리고 원고 노조 및 원고의 관리직 직원들과 사이의 지속적인 대립과 마찰 등에 기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이 사건 상병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할 것”(원심 판결)이라며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상당인관관계를 인정해 유성기업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유성기업의 상고를 심리불속행 기각해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3. 대상판결 의미

대상판결은 “업무상재해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업무와 정신질환 간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하지만 그 인과관계는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한 정도의 입증을 요하지는 않으며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는 정도면 인정된다”는 기존 판례법리를 충실하게 따르면서 노조 무력화로 발생한 극심한 노사분규 과정에서의 차별과 불이익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직접적으로 우울증 정신질환 발병의 원인이 됐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상판결은 참가인이 근무하는 내내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업무수행 중에 발생한 것으로 업무와 관련이 없다는 유성기업의 주장을 배척하면서 임금차별과 삭감, 잔업·특근 차별, 감시와 통제, 관리직원 및 2노조 조합원들과의 갈등과 반목 등 유성기업의 부당노동행위로 인한 스트레스가 우울증 등 정신질환 발병의 원인이라고 명백하게 판단했다.

또한 대상판결은 사용자는 근로계약상 수반되는 신의칙상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신체·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있음에도 유성기업이 유성지회 세력을 약화시키려는 목적에서 참가인들에게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등의 부당노동행위를 지속했다며 유성기업 노사분규 상황의 발생과 지속에 있어서 회사 잘못이 훨씬 더 크다(1심 판결)고 해 참가인들의 위법행위는 우울증 등 정신질환 발생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했다.

판례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를 ‘근로자의 본래의 업무행위 또는 그 업무의 준비행위, 사회통념상 그에 수반되는 생리적 행위 또는 합리적·필요적 행위로서 그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행위’라고 하는데(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9두10246 판결), 원심 판결은 ① 참가인은 불법 직장폐쇄·부당해고 등 귀책사유 없이 일을 하지 못했고, 잔업·특근배제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지속됐다는 점 ② 업무배제, 감시와 통제, 차별적 처우 등으로 관리직 직원들과 지속적인 반목·갈등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점 ③ 이 사건 상병의 특성과 개인적인 소인 등을 고려해 본다면 회사와의 갈등상황에서 오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상병이 유발됐거나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됐다는 점 ④ 비록 참가인 또는 유성지회의 일부 위법행위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업무상재해 인정 여부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는 점 ⑤ 원고와 대립하면서 지속적으로 겪은 정신적 스트레스가 이 사건 상병의 주된 원인이므로 이는 쟁의행위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참가인의 정신질환은 회사의 노조탄압 과정에서 참가인이 업무행위 내지 이에 부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것이므로, 참가인의 정신질환은 사업주와 대립관계에 있는 쟁의행위 내지 불법행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제공 과정에서 회사의 불법적인 행위에서 발생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므로 업무와 상병 간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 판결이다.

4. 마치며

유성기업은 유성지회 조합원들의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회사의 업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불법적인 노동조합활동 또는 쟁의행위 기간 중에 발생한 것이라면서 조합원들의 우울증 등 정신질환은 업무상재해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고 오로지 회사에 타격을 주기 방안 중의 일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대법원은 올해 11월29일 2018두52808호를 통해 유성지회 조합원의 정신질환은 회사의 노조탄압에서 발생한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해 유성기업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음을 확인했다. 더 이상 유성기업의 소송 제기는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유성기업은 대법원의 위 2018두52808 판결과 대상판결이 있은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항소와 상고를 남발하고 있는데3), 이는 오로지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과적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또다시 정신적 고통을 가해 정신적으로 괴롭히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유성기업은 대법원 판결을 겸허히 수용하고 조속히 유성지회 조합원에 대한 요양승인처분 취소청구를 취소해야 한다.


<각주>
1) 이와 같은 부당노동행위로 유성기업 대표이사 유시영, 창조컨설팅 심종두와 김주목은 각 징역 1년2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 소송 과정에서 유성지회 조합원뿐만 아니라 관리자 등을 포함해 여러 명의 근로자들이 급격한 작업환경 변화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발병한 우울증을 업무상재해로 인정받았음이 확인됐다.
3) 현재 영동공장 김아무개 조합원은 대법원 2018두58035호, 박아무개 조합원은 서울고등법원 2018누74107호, 한아무개 조합원 자살사건은 서울고등법원 2018누63022호, 아산공장 조아무개 조합원은 서울고등법원 2018누70396호, 김아무개 조합원은 서울고등법원 2018누62746호로 승소했거나 소송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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