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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김용균이다, 문재인 대통령 만납시다"시민·사회단체 주말 '범국민 추모제' 열어 … "죽음의 외주화 중단" 한목소리
▲ 양우람 기자
"내가 김용균이다"고 적힌 손피켓을 든 수천 명의 시민들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으로 모여들었다. 시민들은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차라리 나를 죽여라”고 외쳤다.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가 이날 범국민 추모제를 열었다.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을 비롯해 시민 3천여명이 함께했다. 지난 11일 새벽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비정규 노동자 김용균씨를 기리는 자리였다. 고인은 24살의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등졌다.

"산재사망사고 제대로 처벌해야 비극 멈출 것"

추모제 무대에 선 발언자들은 "죽음의 외주화가 김씨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석운 시민대책위 공동대표는 “화력발전소에서 지난 10년간 12명의 노동자가 작업 도중 사망했다”며 “30년 전 한 해 2천300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죽는 상황이 30년 후인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공동대표는 “김용균씨 죽음은 구조적 살인으로 지난 10년 동안 산재사망사고를 일으킨 사업장 사장 중 실형을 받은 사람이 0.5%에 불과하다”며 “산재사망에 대한 처벌을 제대로 하고 원청 책임을 키워야 반복되는 비극을 막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11월 제주 음료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숨진 19살 이민호군의 아버지 이상영씨도 마이크를 잡았다.

“민호 영정사진이 걸린 지 채 1년이 되기 전에 삼다수 사망사고가 있었습니다. 채 두 달이 지나기 전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다시 사망사고가 일어났고요. 56년을 살며 나라에서 하라는 것은 모두 다 했습니다. 그런데 나라가 저에게 해 준 것이라곤 꽃봉우리에서 피지 못한 젊은 제 자식을 앗아 간 것뿐입니다.”

발언 중간에 추모공연이 이어졌다. 민중가수 박준씨가 <노동은>을, 이소선합창단이 <잘가요 그대> <먼 훗날>을 불렀다.

"너가 바라던 걸 하나씩 이루며 속죄하며 살겠다"

사회자는 “김용균씨 어머니에게 전태일을 아느냐고 묻자 안다고 했고, 이소선 어머니를 아냐고 묻자 잘 모른다고 하더라”며 “김씨 어머니의 얼굴에 이소선 어머니의 얼굴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는 아들이 평생 꿈꿨던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조와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김용균씨는 생전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화'를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한 바 있다.

김씨의 어머니와 아버지 김해기씨가 무대 위에 올랐다. 김미숙씨는 “아들이 아기 때 잠투정이 있었는데 이 노래만 불러 주면 잘 잤다”며 피아노 선율에 맞춰 자장가를 불렀다. 그리곤 아들에게 쓴 편지를 읽었다.

“이제 너가 바라던 걸 하나씩 이루며 너를 지키지 못한 것을 속죄하며 살아가겠다. 비록 우리 아들은 원통하게 갔지만 아직도 아들 동료들은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 하루라도 빨리 위험에서 벗어나길 바랄 뿐이다. 다시는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나라가 책임 있게 행동하길 바란다. 돈이나 권력보다 인간의 가치가 존중받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

김해기씨는 “이렇게 아이들이 죽을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만들어 놓은 정부가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며 “진상규명을 제대로 해서 관련자들을 엄벌에 처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오후 6시40분께 추모제가 마무리됐다. 참가자들은 청와대로 행진했다. "내가 김용균이다, 문재인 대통령 만납시다"고 외쳤다. 김용균씨가 앞서 피켓시위를 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대열을 이끌었다. 참가자들은 청와대에 도착해 인근 가로수에 검은 근조리본을 매단 뒤 해산했다. 리본에는 "내가 김용균이다"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양우람  against@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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