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노사가 금융소비자 보호와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은행 핵심성과지표(KPI) 개선과 과당경쟁 해소 방안에 합의했다.

23일 금융노조에 따르면 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지난 19일 과당경쟁 방지 노사공동 TF 회의에서 핵심성과지표 개선안에 최종 합의했다. 지난 9월 산별중앙교섭에서 TF 구성을 합의하고 논의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이다. 신한·국민·부산은행 노사가 TF에서 머리를 맞댔다.

지난해 금융경제연구소가 발행한 '국내 은행산업의 과당경쟁 문제와 대안'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별로 평균 100여개 KPI를 운용하고 있다. 달성목표를 100~180% 수준으로 놓고 직원들을 상대평가해 인사에 반영한다.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KPI를 앞세운 은행권 과당경쟁은 은행원들이 금융상품 설명시 장점만 강조하고, 고위험 상품을 권유하도록 압박하고 있다"며 "고객들에게 불완전 판매, 불건전 영업 등을 부추기게 됨으로써 소비자 피해까지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노사는 이번 합의에서 KPI 평가항목을 축소하기로 했다. 상대평가를 지양하고 절대평가 방식의 지표를 확대 도입한다. 미스터리 쇼핑(소비자로 위장해 창구 모니터링을 하는 제도) 실시 결과를 경영평가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감정노동을 불러오는 고객만족도 평가는 KPI 평가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

과로와 실적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프로모션·이벤트·캠페인 같은 마케팅을 축소하고 노조와 협의해 운영하기로 했다. 정부·공공기관·시도금고·공항·학교·병원 등 기관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하는 입찰경쟁은 자제한다.

산별 노사의 이번 합의가 곧바로 은행권에서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협의회 관계자는 "다소 원론적인 내용의 합의기 때문에 바로 시행하기는 어렵다"며 "개별 금융회사 노사가 이번 합의에 기초해 다시 협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산별합의안이 나왔기 때문에 지부별 교섭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노조는 감찰단을 운영해 제도개선 논의 상황을 점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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