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차관회의까지 통과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재계 반발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재계 요구대로 최저임금 월액 산정을 소정근로시간(174시간)으로만 계산할 경우 내년 최저임금 월환산액은 올해보다 12만원이나 줄어든다.

정부는 23일 오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 비공식 회의를 열어 24일 국무회의 상정이 예정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논의했다. 홍 부총리 취임 후 부활한 이른바 '녹실(綠室)회의'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노형욱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는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안 수정을 위해 소집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는 올해 8월 최저임금을 산정할 때 소정근로시간과 주휴시간처럼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까지 포함하도록 한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행정해석으로 유지하던 계산방법을 시행령에 명문화한 것이다.

재계는 반발했다. 실제 일하지 않았지만 유급으로 처리된 시간까지 최저임금 산정시간에 넣게 되면, 시간당 임금이 감소해 최저임금법 위반 가능성이 생긴다는 주장이다.

지금까지는 소정근로시간인 주 40시간, 월 174시간에 근로기준법상 주휴시간(35시간)을 더한 209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판단했다. 이를 실제 일한 시간인 174시간으로만 계산하자는 게 재계 입장이다.

그런데 이 경우 시급제와 월급제 노동자의 임금수준이 달라진다. 노동부에 따르면 똑같이 주 40시간을 일하더라도 급여를 시급으로 정하는 경우 월 174만5천150원(8천350원X209시간)이 된다. 그런데 월급으로 정하면 145만2천900원(8천350원X174시간)만 지급해도 법 위반이 아니다. 월급제 노동자가 시급제 노동자보다 주휴수당만큼 덜 받게 되는 것이다.

만근 여부에 따라 최저임금법 위반 여부도 달라진다. 월급을 145만2천900원으로 정한 경우 만근하면 시간당 임금이 8천350원(145만2천900원/174시간)이 돼 법 위반이 아니다. 하지만 하루라도 결근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주휴수당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주휴일과 결근 당일을 월급에서 공제하면, 시간당 임금이 8천82원(145만2천900원-11만1천227원/174시간)이 되면서 법 위반이 된다.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없어지는 것도 문제다. 내년 최저임금 월환산액을 174시간으로 계산하면 145만2천900원이다. 올해 최저임금 157만3천770원(7천530원X209시간)보다 12만870원 줄어든다.

이날 회의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노동부 입장은 변한 게 없다"며 "입법예고한 그대로 국무회의에 상정해 의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와 산자부가 시행령 개정안 수정을 강하게 요구해 이날 녹실회의가 소집됐던 만큼 24일 국무회의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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