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조선업 불황이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2016년 조선산업 불황이 바닥을 찍고 미약하게 개선되고 있지만 개선 효과는 대형 조선업체들만 누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형 조선업체들은 이미 시장에서 대거 사라졌고, 아직까지 남아 있는 5개 중형 조선소들은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다.

국회의원과 노동계, 관련 연구단체가 중형 조선소 상황을 진단하고 회생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부 조선산업 활력제고 방안 발표에 따른 실질적 중형 조선소 대책 마련 토론회’다. 토론회는 금속노조와 대한조선학회 중소조선위원회, 추혜선 정의당 의원·김종훈 민중당 의원 등이 주최했다.

“금융주도 구조조정 아닌 금융지원 강화해야”

박종식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은 이날 발제에서 “한국 조선산업의 장기적인 지속가능성 확보와 건강한 산업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중형 조선업체들의 회생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박종식 전문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 조선기자재업체는 조선산업의 주춧돌 역할을 하면서 대형·중소형 조선업체 모두에 필요한 기자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중형 조선업체들이 몰락하면 기자재업체도 위기에 직면한다. 한국 조선업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중소형 조선업체-기자재업체-대형 조선업체' 순서로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박종식 전문연구원은 금융부문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중형 조선소 금융지원을 강화하라고 제안했다. 그는 “조선산업에 문외한인 금융 전문가의 시각이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불합리한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다”며 “오히려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선박제작금융 지원 등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동 연구개발 체계 구축 필요성도 제안했다.

“2천억원 규모 RG 발급 금액 턱없이 부족”

김용휘 마스텍중공업㈜ 대표는 정부가 지난달 22일 발표한 ‘조선산업 활력 제고방안’이 중형 조선소의 실질적 대책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RG 금액을 과감하게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RG는 조선사가 배를 수주할 때 선수금을 은행이나 보험사가 보증해 주는 제도다. 통상 조선사들은 배를 수주할 때 선주에게 뱃값 일부(30~70%)를 선수금으로 받아 기자재 등을 사고, 배를 만들어 납품한 뒤 잔금을 받는다. 선주들은 조선사가 선수금만 받고 배를 만들지 못하게 될 경우를 대비해 은행 등에 보증을 요구하는데, 이것이 RG다. 정부는 대책에서 중소조선사 RG 지원액을 기존 1천억원에서 2천억원으로 늘렸다.

김용휘 대표는 “RG를 추가로 1천억원 지원하는 것은 수출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소들 처지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조선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는 내년 이후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수주절벽으로 RG 발급 최저점을 기록한 2016년에도 중형 조선소 RG 발급액이 6천억원, 중소형 조선소의 경우 823억원이었다”며 “2천500억원 대손충당금을 포함해 약 5조원 규모의 RG 발급이 가능한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런 정책이 경쟁력 없는 선박건조 프로젝트에 남용되지 않도록, 이를 심사하는 RG 컨트롤타워·심사위원회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에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심상목 중소조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2016년 10월과 올해 4월에도 조선산업 발전과 관련한 방안들을 발표했는데 이후 RG가 제대로 사용됐는지, 그렇지 않다면 왜 제대로 사용되지 못했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며 “새로운 방안을 발표하기 이전에 지금까지 발표한 많은 정책의 이행 결과를 확인해 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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