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겨울, 눈이 내리고 사람은 오른다. 바람 잘 날 없어 현수막이 운다. 아랫자리 지켜 선 사람들은 목 꺾어 바라보다 몰래 운다. 목재 화물운반대 땔감 삼아 피운 불에 언 몸을 녹인다. 아지랑이 타고 재가 오른다. 줄 따라 보조 배터리가 오르고 빈 것이 내려온다. 두 번째 겨울, 기온은 낮고 사람은 저만치 높다. 연기 오르지 않는 굴뚝을 향해 땅바닥을 기어간 사람들 몸에서 김이 모락모락 오른다. 내려오질 않는 사람의 형체를 살피던 눈이 붉다. 곡기 끊어 호소했다. 기간의 정함이 없었다. 또 어디 굴뚝 높은 일터에서 맞은 첫 번째 겨울, 스물넷 청년이 늦은 밤 홀로 일하다 하늘로 올랐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팻말 든 사진 한 장을 남겼다. 남은 사람은 더 이상 죽이지만 말아 달라면서 울었다. 향 피워 연기 올랐다. 재 떨어져 향로에 쌓여 간다. 고개 떨군 사람들이 촛불을 들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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