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교섭권이 없는 노조는 회사에 요구사항을 전달할 법적인 틀을 잃는 것은 물론 합법적으로 쟁의행위를 하기도 어렵다.”(경향신문 12월7일자 ‘노조탄압 방법도 업그레이드 … 기업들 새 무기 된 교섭창구 단일화’ 중) 전적으로 동의한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 3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이다. 같은 이유로 2010년 한국노총은 창구단일화 제도를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통과된 직후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했다. ‘기각’이라는 안타까운 결과가 있었지만 창구단일화가 위헌이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허용이 노조법 개정 취지로 알려져 있지만 그것은 핑계다. 개정 노조법의 핵심은 창구단일화다. ‘복수노조 허용=창구단일화’를 전제로 양자를 교환했다는 게 입법취지였다. 그러나 위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당시에도 제도적으로는 불완전하지만 법원을 통해 소수노조도 노동기본권을 누려 왔기 때문에 개정 노조법이 비로소 새로운 기본권을 보장한 것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창구단일화라는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제약만 떠안게 됐다. 창구단일화 제도가 소수노조의 노동기본권을 빼앗아 갔다.

그 폐해가 아이러니하게도 ‘노동조합하기 쉬운 환경’이라는 요즘 들어 더 크게 다가온다. 흔히 말하는 교섭대표노동조합 지위를 두고 노동조합 간 갈등(노노갈등)이 현장 곳곳에서 치열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위 경향신문 기사도 이런 현실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창구단일화 제도의 피해사례를 소개하면서도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이 부족해 보인다.

서울시내 대학 청소노동자 노노갈등 사례를 소개하면서 “회사에 우호적인 노조에 힘을 실어 줘 규모를 키운 뒤”라고 쓰고 있다. 기사 전후 내용으로 봐 아마도 한국노총 소속 광운대노조를 말하는 듯하다. 그 어디에도 ‘회사에 우호적’이라는 평가의 객관적인 근거는 없다. 조합원이 늘어난 이유가 오로지 ‘회사에 우호적’이기 때문이란 말인가?

포스코노조 교섭대표노조 사건에 대해서는 “회사가 한국노총 가입을 종용하며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는 민주노총측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위와 같은 주장은 그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상대방 의견을 들었어야 했다.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한국노총”이라는 등의 표현은 독자들에게 ‘민주노총측 주장이 사실’이라고 암시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이보다 앞서 있었던 PB파트너즈 사건(파리바게뜨 자회사 복수노조건)은 별다른 평가 없이 “기업노조와 한국노총이 연합해 교섭대표노조가 됐다”고 해서 광운대노조건이나 포스코노조건과 동일하게 읽히는 데 무리가 없을 정도다.

위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입장에서 본다면 위 세 건 모두 ‘사측 친화 노조 밀어주기’ 방식으로 교섭대표노조가 결정되지 않았다. 기사의 주장에 부합하는 그 어떤 행정적·법률적인 판단도 없었다. 위와 같은 결론은 노동조합에 속해 있는 다수 조합원에 대한 대단한 결례다. 또한 세 노조의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에 대한 명예훼손에 가깝다.

사례와 관련한 사실관계 지적은 이 정도로 하자. 창구단일화 절차상 교섭대표노동조합을 두고 최근에 급증하는 노노 간 갈등을 꼬집은 기사 취지에는 전적으로 동의하기 때문이다. 창구단일화 제도가 “노노갈등 유발 꽃놀이 패”라는 지적은 노동계가 누차 하던 지적이다. 이런 심각한 폐해가 확인된 만큼 바로잡기 위한 방법을 찾는 데 힘을 모아야 하지 않겠나.

결국 올바른 제도로 변경하는 것이 답이다. 창구단일화 제도는 가감하게 폐지해야 한다. ‘사업장단위 복수노조 허용 및 창구단일화제도’가 작게는 조합원 확대에 기여했는지, 나아가 노동기본권 보장에 충실했는지, 애초 법률 개정 목적을 잘 달성하고 있는지부터 검토가 필요하다. 검토 결과는 이미 나와 있지 않은가.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이 어찌 ‘사용자의 교섭 편의(권)’와 교환될 수 있는 가치겠는가.

그런데 이 같은 문제를 제도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점점 더 소수노동조합 노동기본권 침해는 심각해질 것이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위원회는 소수노조 교섭권을 보장하기 위해 창구단일화 제도 개선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고 위 기사에서 밝히고 있다. 하지만 경사노위가 개점휴업 상태임은 알 만한 이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최근 제도·관행개선위 공익위원들이 내놓은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노사관계 제도개선에 관한 공익위원 의견’에도 이에 관한 의견(관심)은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촛불’정부가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지, 개선할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문인 상황이다. ‘노동부 내년 고용일자리 집중, 사라져 버린 노동정책’(매일노동뉴스 12월12일자)에서는 2019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노동기본권 정책이 전무하다고 비판했다. 노동기본권 보장의 첫 번째 책무를 가진 부서가 바로 고용노동부 아니던가?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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