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정남 기자

카드사 노조들이 최근 정부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와 기자회견을 잇따라 열었다. 금융노조·사무금융연맹·사무금융노조로 흩어져 있는 카드사 노조들은 카드사노조협의회를 꾸려 대응했다. 8개 카드사 중 노조가 없는 현대카드·삼성카드를 제외한 6개 카드사 노조가 공동대응을 모색했다. 이들은 카드수수료를 차등화하라고 요구했다. 중·소형 가맹점의 카드수수료를 낮추고 대형 가맹점은 올려서 균형을 찾자고 제안했다.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 경영이 악화할 경우 카드산업 종사자들 고용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호소했다.

지난달 26일 정부·여당이 발표한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은 노조 요구와 거리가 있다. 연매출 500억원을 미달하는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면서 500억원을 초과하는 가맹점 수수료 인상방안은 빠졌다. 카드사 경영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도 이를 인정한다. 금융당국과 전문가들로 구성한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를 지난주부터 가동했다. 내년 1월 말까지 후속조치를 마련한다.

카드사 노조들은 TF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금융노조 우리카드지부 위원장이기도 한 장경호(49·사진) 카드사노조협의회 의장은 "구조조정을 방지할 대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며 "재벌 가맹점에 사회적 책임을 지우게 하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매일노동뉴스>가 장 의장을 만나 카드수수료 인하와 관련한 카드사 노동자들의 입장을 들었다. 인터뷰는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우리카드지부 회의실에서 이뤄졌다.

"대기업 포함 이익 본 집단들 모두 책임져야"

-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우리는 차등수수료 법제화를 요구했다. 어려우면 양벌규정이라도 신설하라고 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는 대형 가맹점이 카드사에 무리하게 낮은 수수료를 요구하거나 다양한 형태의 리베이트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런데 위반하면 어떻게 처벌하겠다는 내용은 없다. 소상공인들은 카드사를 갑으로 보지만, 대형 가맹점에게 카드사는 을이다. 정부 개편안에는 연 매출 500억원을 초과하는 가맹점을 규제하는 내용이 없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대기업이 전체 기업 매출의 61%를 차지한다. 카드시장도 유사하다. 0.04%에 불과한 500억원 초과 가맹점에서 전체 매출의 48%가 발생한다. 카드수수료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대형 가맹점 관련 정책도 나와야 하는데 이번에 빠졌다."

- 정부가 대기업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카드산업에서 크게 이익을 봤던 집단들이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 앞으로 카드수수료 올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대형 가맹점이 수수료를 더 낮추지 못하도록 정부가 막아 줘야 한다. 이 집단까지 허용하면 카드산업은 붕괴할 수밖에 없다. 대형 가맹점은 대기업 위주 성장정책으로 몸집을 키우지 않았나. 이제 사회에 어떻게 보답할지 고민해야 한다.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자세는 안 된다. 카드사도 감내하려 하지 않나."

"곧 비용절감 시작된다
무노조 사업장·비정규직 우선 희생될 것"


- 카드사 노동자들은 어떤 우려를 하고 있나.
"모든 카드사들이 비용절감을 하겠다고 한다. 인력 구조조정 이야기는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지만 회사가 착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카드 노동자들이 생존권 투쟁을 하면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정부·여당은 수수료 인하로 구조조정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카드사들이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식의 말을 하다 최근 입을 닫았다. 조만간 본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하지만 모집비를 줄이고 콜센터와 배송업체 같은 협력업체에 지출하는 비용은 줄일 것이다. 카드모집설계사와 콜센터 협력업체 직원은 타격을 받게 된다. 노조가 없는 삼성카드·현대카드는 정규직일지라도 안전하지 않다. 8개 카드사를 포함해 카드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15만명으로 추산된다. 5~10%의 인력 구조조정만 있더라도 막대한 실업자가 발생한다."

- 카드수수료 인하 국면에서 카드사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은 듯하다.
"카드수수료 인하 반대투쟁을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왜 노조가 나서느냐는 것이었다. 사측 사주를 받은 것 아니냐고 하더라. 전부 오해다. 8개 카드사 임원들은 임시직이다. 회사와 카드산업에 무슨 애정이 있겠나. 노동자는 다르다. 평생 이곳에서 일해야 하기 때문에 산업 전체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

- 소상공인 단체인 불공정 카드수수료 차별철폐 전국투쟁본부와 대형 가맹점 수수료 현실화를 요구하는 공동입장을 발표했다. 소상공인들과 자주 만나나.
"자영업자 단체들과 최근 네 차례 회의를 하면서 서로의 입장을 공유했다. 을과 을 공동의 바람을 담은 요구를 지난달 23일 정부에 건의했지만 결국 수용되지 않았다. 정부 개편안 발표 후 자영업자들의 요구만 수용된 것 같다며 미안하다는 말을 그쪽에서 전달해 왔다. 우리는 이번 대책을 계기로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진정 해소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달했다. 신뢰가 생겼다. 합의정신을 사회적으로 제대로 평가해 줬으면 좋겠다."

"구조조정 방지 후속대책 없으면 투쟁 불가피"

- 금융위 카드산업 건전화 TF는 어떤 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보나.
"카드사가 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카드사의 과도한 마케팅 비용이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 합리적 수준에서 부가서비스를 줄일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앞으로 카드사는 수수료만으로 경영하기 어렵다.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부대업무 허용방안이 필요하다. 매출액 500억원을 초과하는 대형 가맹점이 카드사와 개별협상을 하면서 수수료 인하를 압박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금융위 TF가 가동되는 내년 1월까지 협상에 집중할 예정이다."

- 후속대책이 제대로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나. 수용할 수 없는 안이 나오면 어떻게 대응할 예정인가.
"우리 요구가 TF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지만 한편으로는 반영되지 않았을 경우를 대비해 준비하고 있다. 내년 1월까지는 협상을 하면서도 내부 투쟁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카드사 노조들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연대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지 않았나.(웃음) 직원들도 이번 수수료 인하 정책에 크게 불안해하고 있다. 우선 조합원 대상으로 재벌 가맹점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받고 있다. 조만간 정부나 청와대에 제출한다. 카드산업과 카드사를 좋지 않게 보는 국민적 시선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국민도, 정부도 카드사가 문을 닫는 상황까지 가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카드산업은 시장 투명성을 강화하고 내수시장을 활성화하는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다. 노조는 최소한 카드산업이 유지되고, 발전할 수 있는 대책을 주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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