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2016년 12월9일 영업을 개시한 수서발 고속철도 에스알(SR)이 개통 2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정권교체 이후 SR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통합 논의가 본격화했다. SR은 올해 2월 공공기관으로 지정됐고 6월 국토교통부 주도로 철도 통합 관련 연구용역을 시작했다. 이달 19일 연구용역이 완료될 예정이었지만, 국토부가 기간을 3개월 연장하는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강철(46·사진) 철도노조 위원장은 지난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철도노조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를 만나 “남북철도를 연결하고 대륙철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SR을 통합하지 않으면 핵심 성장동력을 재벌과 외국계 기업에 넘겨 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 잦은 철도 사고와 관련해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과도하게 인력을 감축한 부작용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며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지 않고 기강해이라는 잘못된 진단을 고수한다면 사고가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SR 경쟁체제 도입, 경쟁은 없었다”

- SR과 코레일 통합 논의가 표류하고 있다고 보는 근거는 무엇인가.
“그간 연구용역 과정에서 수월한 조사를 위한 협조나 지원에서 국토부가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부실 용역을 조장하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노조도 참여하는 철도산업 구조평가 이해당사자 협의회는 지난 9~10월 두 차례 열리고 진전이 없는 상태다. 용역기간 3개월 연장이 SR 통합을 전면적으로 유보하려는 조치가 아닌지 우려할 수밖에 없다. 과거 철도 민영화를 추진한 국토부 관료들이 현재 요직에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정책 우클릭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철도정책과 관련해서도 이런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는 판단이 든다. 미뤄지는 것 자체가 통합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기 때문에 국토부는 올해 안에 연구용역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 SR도 공공기관인데 철도 민영화를 우려하는 이유는.
“남북철도 연결을 이용해 민간대기업에서 철도산업에 투자하고 싶어 한다. SR이 재벌들의 철도사업 진입을 위한 전진기지로 쓰일 수 있다. 현재 누구도 전면적인 철도 민영화를 이야기하지 않지만 SR이 분리된 상태에서는 언제든 민영화 기지로 쓰일 가능성이 있다. 과거 인천공항철도는 코레일이 지분을 100% 가진 자회사였지만 민간에 다시 팔았다. 코레일은 SR 지분을 41% 갖고 있다. 완전한 통합이 아닌 지분구조로는 민영화로 갈 우려가 불식되지 않는다. 이대로는 철도 연결을 통한 이익이 일부 재벌기업으로만 가거나 외국계 철도회사로 갈 수 있다고 본다. 지금 통합하지 않으면 죽 쒀서 남 좋은 일만 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 고속철도가 분리 운영된 2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경쟁체제 도입은 허상이었다. 철도에서 경쟁은 없었다. 지리적 접근성에 따른 자연독점만 있었을 뿐이다. SR이 자체 운영하는 세 개 역을 제외하고 코레일이 SR 업무를 해 줬다. 누가 경쟁회사 차표도 팔아 주고 차량도 정비해 주나. 조합원들은 현장에서 우리가 다 매표하고 정비하고 유지·보수하는데 열심히 할수록 경쟁사를 이롭게 하는 것이니, 아이러니를 느낀다. 코레일은 흑자가 나는 고속철도 황금노선만 운영하는 SR과 다르다. KTX만 흑자가 나고 일반열차와 화물열차는 모두 적자다. 코레일이 운영하는 지하철 1호선 경인선은 혼잡도가 굉장히 높지만 그럼에도 적자운영이다. KTX 수익을 교차지원해 운영하는 것이다. 전체 적자가 심해지면 공공성 측면에서 제공했던 보편적 교통수단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다가올 것이다.”

“안전은 징계와 처벌로 지켜지지 않는다”

- 최근 코레일 열차 사고가 잦다. 반복되는 사고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사고 원인과 이유가 무엇이 됐건 철도에서 일하는 노동자로서 국민들에게 대단히 죄송하다. 그동안 철도는 차량이 늘고 선로 길이가 연장되고 승객도 늘었다. 시설 유지·보수 인력만 줄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철도 선진화라는 명목으로 민영화·외주화를 추진해 인력을 과도하게 감축했다. 유지·보수 인력을 줄여도, 정비 주기를 늦춰도 초기에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다. 지난달 오송역 KTX 단전사고 이후 즉각 책임자를 문책했다. 현장에서는 난리가 났다. 모두 엄청난 긴장감을 갖고 근무를 했다. 그런데 사고는 또 일어났다. 기강해이가 문제였다면 문책으로 문제가 해결됐을 것이다. 근본적으로 과도하게 인력을 줄인 것과 점검 주기를 늦춰서 발생하는 문제다. 이렇게 원인을 잘못 분석해서 대안을 잘못내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인터뷰 다음날인 8일 강릉선 KTX 탈선사고가 일어났다. 국토부는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해 밝히고 안전관리체계 관련자들에게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기강을 바로잡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윤자은 기자

“청와대, 통합 중심 철도공공성 방향으로 나아가야”

- 철도 노·사·전문가협의회 전문가들이 KTX 승무원 직접고용을 권고했지만 현재 직접고용이 추진되지 않고 있다.
“오송역 사고에서 사후 대응에 미흡한 지점은 있었다. 이건 승무원 직접고용과도 관련된 문제다. 사고가 발생하면 무전기로 통화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상황을 파악하고 연락하는 역할밖에 할 수 없는 구조다. KTX 열차팀장이 무전을 하면서 승무원들에게 업무지시를 내려야 하지만 그러면 불법파견 논란이 휩싸일 수 있다. 사고 대처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회사 업무 기능조정이 필요한데 코레일도 국토부도 적극적이지 않다. 기재부도 부정적 입장을 갖고 있다. 열차 사고를 계기로 승무원 직접고용의 당위성이 다시 한 번 확인되고 있다. 전문가 권고를 수용하기로 노사가 합의한 대로 정부와 코레일이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SR 통합은 단순히 기관 적자를 거론하는 차원에서 논해서는 안 된다. 철도 요금을 10%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SR 통합은 철도산업이 제대로 유지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남북철도를 연결하고 대륙철도로 나아가는 길에서 SR을 통합하고 가지 않으면 핵심 성장동력을 재벌과 외국계 기업에 넘겨 주는 꼴이 될 것이다. SR 통합과 관련해서 청와대와 국토부가 좌고우면하지 말고 애초에 생각했던 통합 중심으로 철도공공성을 더욱 강화하는 것, 철도를 대한민국 신성장 동력으로 가져 가는 방향으로 논의해야 한다. 진짜 안전은 말로만 되지 않는다. 안전은 징계와 처벌로 지켜지지 않는다. 안전과 공공성을 철도의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이야기한다면 말로만 하지 말고 인력과 돈을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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