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리얼미터는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48.8%라고 발표했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이런 지지율 하락이 일시적이 아니라 추세적이라는 사실이다. 지지율 하락은 9주째 계속되고 있고, 하락 기울기도 매우 가파르다. TV에서는 이미 전문가들이 출연해서 “레임덕이냐, 아니냐”는 논란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월 한때 80%에 근접했던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반년 만에 이렇게 추락한 원인은 무엇일까? 자본가계급은 소득주도 성장정책으로 경기가 하강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경제성장률이 빠르게 둔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 이론상 최저임금 인상이 자본의 이윤 감소로 작용해서 기업 생산과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인과관계가 그런 것이라면 성장은 둔화되지만 노동소득 분배율은 개선됐어야 하고 양극화도 완화됐어야 한다. 그러나 통계를 보면 그 반대였다. 그런데도 소득주도 성장정책 때문에 경기가 하강하고 있다니 이게 이치에 닿는가?

그렇다면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가장 중요한 요소는 혁명을 표방하는 정부 아래서 민생의 고단함이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민족평화 문제에 신경 쓰는 만큼 민생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사실 이것이 결정적인데, 민중은 6·13 지방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지지를 보내 줬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지지를 보내 준 사람들의 요구를 받아안기는커녕 재벌과 결탁하고 ‘협치’운운하며 수구정파와 상생하는 정치를 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핵에서 구해 내니까 한나라당과 연정을 구걸하고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며 재벌과 결탁한 것의 판박이다.

진보(?)언론은 자본가당파인 이 자유주의 정파에 진보정치세력이라는 명예로운 모자를 씌워 준다. 그러나 포장 없이 사실대로 말하면 이들은 보수정파다. 황교안이 차라리 솔직하다. 그는 지난달 30일 서울대 강연에서 “‘자유우파’가 이렇게 합치는 것은 아주 귀한 일”이라면서 다 같이 하나로 합칠 것을 촉구했다. 자신들은 ‘자유우파’고 더불어민주당은 ‘자유좌파’라는 의미다. 이 글이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진보를 자처하는 정파가 그 ‘자유좌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점이다.

며칠 전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정당지지율도 조사됐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1.6%포인트 내린 37.6%였고 정의당 지지율은 0.6%포인트 내린 8.2%였다. 여론조사도 자유주의 정당과 진보정당을 비슷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질 때 진보야당인 정의당 지지율은 올랐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지지율이 오른 것은 정의당이 아니라 수구보수 정당인 자유한국당이었다. 노동자·민중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진보정당이 자유주의 정당과 구별되지 못하고 동반 하락한 것이다.

자유주의 정당은 현재의 사회·경제 정세하에서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노동자·민중의 진보정치가 자유주의 정치와 얽혀서 함께 가면 자유주의 정치의 실패와 동반 실패하게 된다. 이것이 우리 진보정치의 근본문제다. 정의당만 그런 것도 아니다. 다른 진보정당들도 국민에게는 정의당과 마찬가지로 자유주의 정당의 동색 당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일부러 그들과 차별화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들과 양적으로가 아니라 질적으로(!) 다르지 않으면 진보정치는 생명력도 없고 존재할 이유도 없다는 뜻이다.

진보정치가 이렇게 자유주의 정치와 동색으로 보이는 것은 무엇에서 비롯되는가. 정치의 내용·형식·행태 등 총체적인 유사성에서 비롯된다. 내용 면에서 진보정치는 대체로 자유주의 정치의 좌파 수준에 머문다.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민중의 삶을 위기로 몰아넣는 가장 큰 요소는 무엇인가? 독재정권인가 독점자본인가? 그 둘이 융합돼 있지만 그 가운데서 주된 것은 오늘날에는 독점자본이다. 그리고 한국의 독점자본은 재벌이라는 세계 유일의 소유·지배체제를 가지고 있고, 그 정점에 삼성재벌이 있다. 삼성을 비롯한 이 재벌을 해체시키지 않고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것은 눈감고 아웅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진보정당이 이 과제를 자기의 사활적 임무로 받아안고 투쟁하고 있는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문제로 터져 나온 삼성재벌 총수승계 비리에 대해 참여연대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만큼도 싸우지 못하고 있다.

형식 면에서도 별로 다르지 않다. 진보정당들은 하나같이 의회주의를 대원칙으로 삼고 있다. 노동자·민중의 정치가 취하는 주된 형식은 광장정치로서 의회정치로 환원될 수 없다는 것이 촛불혁명이 가르쳐 준 교훈임에도 말이다. 의회를 중시하지만 의회가 주 무대여서는 안 된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 민중대회장에 진보정당 깃발과 대오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행태 면에서도 보수정당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 계파정치 말이다. 대중의 눈으로 볼 때 수구정당의 친박 대 비박이나, 자유주의 정당의 친문 대 비문이나, 진보정당의 민족해방 대 민중민주나 계파정치이기는 마찬가지다. 정파는 없고 파벌만 있다는 말이 근거가 없지 않다.

목표 면에서도 문제다. 진보정당들의 시선은 벌써 2020년 총선에 집중돼 있는 듯하다. 그들의 목표는 1야당이 되거나 아니면 의석을 조금 늘리는 것이다. 이것은 정당 상층 관료들의 출세용 목표지 노동자·민중의 운명을 책임지는 목표가 아니다. 노동자·민중의 염원인 세상을 바꾸는 것과 이를 위해 민중권력을 수립하는 것은 이들의 안중에 없는 듯하다.

2019년, 경제·민생위기에다 정치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경제는 더 깊은 불황으로 나아가고 민생은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이다. 이를 틈타 수구정파가 부활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주의 정치처럼 개혁(혁명이 아니라!)을 추구하고, 의회(광장이 아니라!)에 시선을 집중하고, 계파정치(계급정치가 아니라!)에 몰두하며, 의석수 증가나 노리는 정치는 존재할 이유를 갖기 어려울 것이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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