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0월 일자리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올해 상반기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을 법제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현실은 법제화는커녕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입법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민주노총과 송옥주·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민변 노동위원회가 공동주최했다.

‘비정규직은 비정상’ 원칙 헌법에 담아야

지난달 3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에 대한 평가가 나왔다. 박주영 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은 광범위한 전환 제외사유를 허용하고 기관의 자의적 평가에 따라 전환을 거부할 수 있는 합리적 명분을 만들어 줬다”며 “정규직화의 의미를 무기계약직화로 한정했고 자회사조차 정규직화로 인정하면서 사실상 외주화를 정당화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순히 처우를 일부 개선해 주거나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차별을 감수하게 하는 방식의 정책으로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상시업무는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법에 담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노무사는 “상시업무의 원칙적 정규직 사용 제도화를 명확히 해야만 비정규직 사용하지 않고 일자리 구조를 바꾸는 정책과 제도의 설계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헌법과 고용정책 기본법에 고용안정과 고용평등을 포함할 것을 제시했다.

그는 “복잡한 고용구조로 인해 노동권을 침해받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관점에서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 책임은 포괄적인 공동연대책임을 기초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의 사용자 정의에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도 실질적 지배력 내지 영향력이 있는 자도 사용자로 보고 근로계약 체결 내용에 대해 연대책임을 진다"는 내용을 추가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생명·안전업무 기준 수립해야

조임영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간제 사용사유 제한 입법 설계와 관련해 국제노동기구(ILO)·유럽연합(EU)·프랑스·독일 등 사례를 검토했다. 조임영 교수는 “우리나라도 기간제 근로계약은 예외적인 것으로서 일시적 업무 이행에 한해 체결한다는 점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며 “근로계약서에 사용사유와 사용기간을 서면으로 기재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본다는 내용을 법률에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법률 적용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근로자대표기구에 의한 통제시스템을 도입하고 법을 위반하면 민형사상 제재를 하도록 규정하자고 설명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유해·위험업무를 중심으로 간접고용을 금지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정영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의 생명·안전 보호를 목적으로 하도급을 제한하는 게 타당하더라도 업무 범위 결정에 있어서는 상당한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범위를 좁혀 먼저 근로자 건강에 유해·위험한 업무의 하도급 사용을 제한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공·민간부문에 모두 적용되는 합리적 생명·안전업무 기준을 수립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공공부문부터 직접고용 원칙을 관철시키면서 민간부문에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해 직접고용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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