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감정노동자 10명 중 3명은 고객응대 과정에서 위험 수준의 과부하·갈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면 응대비율이 높을수록, 남성보다는 여성의 위험 수준이 더 높았다. 하지만 조직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절반을 넘었다. 지난 10월18일부터 시행된 감정노동자 보호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연착륙에 대한 신뢰는 낮았다.

서울시와 서울시감정노동종사자권리보호센터는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센터 교육실에서 ‘감정노동자의 일터 괴롭힘 유형과 대책’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고객응대 과부하·갈등 위험, 우정사업본부 1위

한인임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 정책팀장은 포럼에서 ‘직장 괴롭힘 실태조사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10월19일~11월7일 감정노동자 1천78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금융·우정·국민연금·지하철·유통·의료·건강보험에서 고객대면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평균 연령은 38.9세였고 평균 근속연수는 12년이었다. 하루 평균 근무 중 고객대면 노동시간 비율은 66.2%였다. 고객응대 과부화·갈등 ‘위험수준’을 물었더니 31.6%가 “위험하다”고 응답했다. 소속별로는 우정사업본부가 41.4%로 가장 높았다. 성별로는 여성이 37.3%로 남성 21.9%보다 15.4%포인트나 높았다.

고객대면 응대비율이 높을수록 고객응대 과부화·갈등 위험수준도 높았다. 대면 응대비율이 30% 이하는 위험수준이 16.8%인 반면 50~80%는 33.2%, 80% 초과는 44.7%가 "위험하다"고 답했다.

감정노동에 따른 감정부조화와 손상 위험집단은 47.6%나 됐다. 소속별로는 유통부문이 66.9%로 가장 높았다. 성별로는 여성이 57.3%로 남성(31.3%)의 2배 수준이었다. 고객대면 응대비율이 50~80%인 경우 위험집단 비중은 48.6%, 80% 초과인 경우 58.6%였다.

조직은 감정노동자 보호에 무관심했다. 조직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위험한 노동자는 52.5%로 절반을 넘었다. 의료부문이 76.6%로 가장 높았다. 고객대면 노동비율 80% 초과자가 62.2%로 가장 높았지만 30% 이하자도 50.9%로 낮지 않았다.

고객 상대도 힘든데 직장 괴롭힘에도 노출

위험수준 조사와 함께 직장내 괴롭힘 조사도 진행됐다. 직장내 괴롭힘을 경험한 노동자는 27.8%였다. 유통부문이 56.6%로 가장 높았고 의료부문이 50%로 뒤를 이었다. 성별로 여성(30.9%)이 남성(22.2%)보다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더 많았다. 고객응대 과부화·갈등 위험수준을 보니 직장내 괴롭힘 유경험자가 45.8%로 무경험자(26.2%)보다 19.6%포인트 높았고, 감정노동에 따른 감정부조화와 손상은 직장내 괴롭힘 유경험자가 68.9%로 무경험자(39.5%)보다 29.4%포인트 높았다.

노동자들은 감정노동자 보호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연착륙 가능성을 낮게 봤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자가 위협에서 벗어나거나 전화를 끊을 권리를 요구하면 사업주가 보장하도록 했다. 10월18일 시행했다. 그런데 “내가 고객에게 정신적 피해를 입었을 때 회사는 나를 위해 법률적 지원을 할 것이다”는 항목을 제시했더니 4점 만점에 2.8점을 기록했다. 부정적 의견이 높았다. 점수가 높을수록 부정적 의견이 높다. 직장내 괴롭힘 유경험자와 감정노동 과부하·갈등 위험집단의 경우 같은 질문에 각각 평균 3.1점을 기록해 부정적 의견이 더 높았다.

‘피할 권리’ 시스템 마련 시급 

한인임 정책팀장은 “감정노동자는 사업장 안에서 보호받기를 원하지만 오히려 괴롭힘을 당하는 상황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나타났다”며 “사업장 안에서라도 고통을 나누고 보호체계가 구축된다면 문제의 크기는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감정노동자 보호법에 따른 교육 진행 △다산콜센터 등 모범사례 전파 △피할 권리 시스템 마련 △사업장 내 괴롭힘 신고센터 마련 △고객 대상 주기적 캠페인 △주기적인 관리자 교육과 실태조사를 제안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장·김유경 공인노무사(돌꽃노동법률사무소)·이성종 서비스연맹 정책기획실장이 토론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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