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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10곳 중 9곳 법정 인력기준 안 지켜'보건의료인력지원법 제정과 입법과제' 대토론회 열려 … … "보건의료인력 수급, 국가가 나서야"
▲ 김미영 기자

기·승·전·인력. 보건의료업계에서 고질적인 인력부족 문제를 꼬집는 말이다. 의료사고나 직장내 괴롭힘 같은 보건의료업계의 각종 사건·사고 소식 뒤에는 늘 '인력부족'이라는 꼬리표가 달린다.

우리나라는 외국과 비교했을 때 보건의료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대비했을 때 우리나라 인구 1천명당 의사수는 69%, 간호사수는 57%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의료기관들이 법에 정해진 기준만 준수해도 OECD 평균은 따라갈 수 있다. 의료법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과 병원급 의료기관은 환자 2.5명당 간호사 1명을 고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지키는 병원은 13.8%밖에 되지 않는다. 심지어 공공병원들도 법정 인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제안된 법이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이다. 보건의료인력 문제를 지금처럼 개별 병원에 맡기지 말고 국가가 책임지고 정원기준과 수급대책· 노동조건 개선에 관한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입법 추진만 7년째, 열매 딸 때 됐다"

28일 오전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제정과 입법과제' 대토론회가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T아트홀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동근·윤일규·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종필 자유한국당 의원,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 윤소하 정의당 의원을 비롯해 보건의료노조·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대한간호협회·대한의료기사단체총연합회·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함께 주최했다. 형식은 공동주최였지만 실제로는 오랫동안 보건의료인력과 관련한 입법을 요구했던 노조가 관련 직역단체와 정치권을 설득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한 것이다.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제정안은 2012년과 2015년 발의됐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회기 종료로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도 2016년 정춘숙 의원이 보건의료인력지원 특별법을 냈고, 지난달 11일 윤소하 의원이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을 발의했다. 윤소하 의원안은 보건복지부와 간호협회, 노조가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조문을 다듬은 결과를 그대로 반영했다. 노조가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연내 통과'를 주장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나순자 노조 위원장은 "보건의료인력지원법 논의만 7년째"라며 "그간 노조가 법을 직접 발의한 국회의원하고만 논의하고 노조 내부에서만 법 통과를 위해 힘을 모았기 때문에 부족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토론회에 4개 정당이 모두 참여하고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를 제외한 대부분 직종이 함께하고 있다"며 "그동안 소극적 반대 입장에 있던 복지부도 보건의료인력 종합대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인정하고 있는 만큼 지금이야말로 열매를 따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인력공급 확대 동시에 쏠림현상 해결해야"
병원협회 "재정지원 없는 인력확충 안 돼"


토론회 발제를 맡은 김윤 서울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한쪽에서는 의료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하고 한쪽에서는 과잉이라고 주장하는데 원인은 환자가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쏠리면서 의료인력 분포도 불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인력확대와 함께 늘어난 인력의 적절한 분배·보상 등을 패키지로 묶어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수 노조 정책실장은 "미국과 영국의 경우 간호사 6~8명이 하는 업무를 한국은 고작 1명의 간호사가 도맡아 하는 실정"이라며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보건의료인력 수급과 양성은 단발성 정책이 아닌 중장기적 계획 수립과 준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건의료인력지원법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김병관 병원협회 미래정책부회장은 "의료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같이 인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정책들이 도입돼 인력난이 가중됐다"며 "재정지원 없는 인력확대 정책은 반드시 정책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 불참한 의사협회측은 대놓고 의사인력 증원에 반대하고 있다.

국회는 법안에 호의적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제정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데 공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소하 의원은 "길게 잡아도 내년 2월 정기국회에는 통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미영  ming2@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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