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1995년 출범한 민주노총은 산별노조 건설과 산별 공동교섭, 노동조건 동질성 확보를 과제로 제시했다. 하지만 20여년이 지난 현재 사업장 규모나 연령에 따라 임금 격차는 더욱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산별표준임금체계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2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대안적 임금체계 마련을 위한 노동조합의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 한국사무소와 <매일노동뉴스>가 후원했다.

사업장 규모와 연령별 임금격차 커져

이날 주제발표를 한 임상훈 한양대 교수(경영학)에 따르면 95년 노동자 월평균 임금은 122만원이었고 2014년 357만원으로 증가했다. 사업장 규모별로 10~29인을 100으로 볼 때 300인 이상 기업은 95년 123(500인 이상은 140)에서 2014년 165로 증가했다. 규모별 임금 격차가 벌어졌다는 뜻이다.

연령별로는 25~29세를 100으로 볼 때 95년 35~39세 140, 40~44세 141로 임금수준이 높았다. 2014년에는 임금 상위 연령이 변해 45~49세 158, 50~54세 155를 기록했다. 노조 유무로 보면 2016년 기준 15~29세 청년층을 100으로 볼 때 무노조 사업장 50대가 134인 반면 유노조 사업장 50대는 182였다.

임 교수는 “노조 효과가 50대 중년층에서 돌출적일 정도로 강하다”며 “유노조 사업장에서 연공급 임금체계가 유지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연공급 임금체계는 50대 노동자에게 노조활동의 혜택으로 돌아갔지만 동질성 악화의 주범이기도 하다는 지적이다.

임금 동질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산별표준임금체계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 교수는 “하나의 표준임금을 만들기 어렵다면 비슷한 수준의 표준임금을 여러 개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며 “다만 표준임금 기준으로 직무·근속·성과 등을 선택하는 게 고민스러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하위임금을 높이고 상위임금을 낮추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 교수는 산별 표준임금으로 통일임금인상률을 적용하되 산업별로 직무·근속·숙련급을 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존 임금체계를 산별임금체계로 전환하는 한편 새로 편입되는 노동자집단에는 새로운 산별임금체계를 만들 것도 제안했다.

금속·공공·보건 산별임금체계 준비 중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금속·공공·보건 산별임금체계 추진 과정이 소개됐다. 정일부 금속노조 정책실장은 “현재 산별표준임금제를 마련하고 있는데 자동차·조선·철강 등 업종별로 접근하고 있다”며 “원·하청 간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 올해부터 하후상박 인상률을 적용하고 있는데 5~6년 지나면 엇비슷해질 것이란 시뮬레이션 결과도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정 실장은 “금속노조 소속 사업장 중 임금표가 부재한 곳이 많다”며 “임금표가 없다는 건 임금수준이 낮다는 것으로 산별임금체계에서 저임금 문제도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국장은 “공공부문에서 임금은 정부지침으로 결정되다 보니 단체교섭 의미가 없다”며 “다만 무기계약직 전환에 따라 초기업교섭이 이뤄지는 등 다양한 교섭체계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 국장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부문 임금체계 개편이 산으로 가고 있다”며 “신자유주의 임금유연화와 예산억제 방향이 그대로 남아 있어 무엇을 위한 개편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기획실장은 “올해 보건의료산업 산별중앙교섭에서는 산별임금체계 마련을 위해 1억원을 마련해 내년 연구작업을 하기로 했다”며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전체 산별이 참여하고 전문가가 함께해서 노조가 주도하는 산별임금체계를 같이 만들자”고 제안했다.

권혜자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임금결정시 생계비 원칙을 시대 변화에 따라 가구생계비에서 개인생계비로 바꿀 필요가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연공급보다는 직무나 숙련 등 노동가치에 따른 임금실현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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